한미약품이 전국 2만5,000여개 약국을 회원으로 거느린 유통계 신용카드 도입을 추진한다.
한미약품의 한 관계자는 27일 “카드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유통계 신용카드 만드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회사인 한미IT가 유통계 신용카드 설립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대로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간 4,000억원이 넘는 매출 중 60~70%를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연간 수수료만 100억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통계 신용카드를 만들면) 신용카드회사로 나가는 연 2%대의 수수료 중 일부를 약국이나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고 북한 어린이 돕기 등 다른 재원으로 활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유통계 신용카드는 은행계 또는 전업계 신용카드와는 달리 계약을 맺고 거래를 하는 도ㆍ소매 업체를 대상으로 외상거래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된다.
신용카드 자체를 영업 목적으로 삼는 게 아니라 기존의 외상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겸업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현대백화점ㆍ한화유통ㆍ신원ㆍFNC코오롱 등 백화점과 의류업체 등 12개 회사가 유통계 신용카드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파라다이스호텔ㆍJU백화점ㆍ그랜드백화점 등 5곳은 최근 영업을 중단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금감위에 등록을 신청하면 금감원이 실무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간다”며 “유통계 신용카드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도ㆍ소매업자를 대상으로 외상을 주고 받기 때문에 일정 조건만 갖추면 등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유통계 신용카드 운용에 성공할 경우 중외ㆍ동아 등 다른 제약회사들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유통계 신용카드가 활성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통계 신용카드업자는 외상 대금을 조달하는 데 따르는 자금부담이 늘어나고 가맹점들은 다른 카드사를 이용할 때 얻게 되는 각종 부가 서비스와 혜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업계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99년 70개였던 유통계 신용카드업자 수가 11개로 줄었다”며 “자금압박이 크고 전문성도 떨어져 전업계 카드사로 업무를 넘기거나 스스로 문을 닫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