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은행 지원 플랜 구체화] 예상 시나리오는

채권매입→ 구조조정→ 배드뱅크 설립 3~4단계 과정 거칠듯<br>1단계, 채안펀드·국채 활용 후순위채 매입등 측면지원<br>2·3단계, 법 바꿔 직접지원 가능케해 부실銀등 정리<br>최종 4단계선 '배드뱅크' 통해 은행 자산 재조정 유도


청와대가 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방침을 밝히면서 세부 실행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직접적인 혈세 투입이 이뤄질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과 여론 반발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아직까지도 ‘현재로서는 공적자금 투입은 없다(전광우 금융위원장)’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구상 중인 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방안을 들여다보면 한국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총동원해 사실상 공자금을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이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정부의 한 핵심 당국자도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 “3~4단계로 나눠 진행될 것”이라며 “1단계에서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정부 재원(국채), 한은 발권력 등을 활용해 은행의 후순위채ㆍ부실채권 매입 등 자본확충에 주력할 계획하되 2단계에서는 관련 법을 개정해 정부가 우회적인 방법이 아닌 직접 지원하는 형태를 띨 것”이라고 밝혔다. ◇1단계 측면지원, 채권펀드도 후순위채 매입=정부는 1단계로 측면지원을 통해 은행으로 하여금 부실채권을 줄이고 자기자본을 확충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채안펀드, 정부 재원, 산업은행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을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행 예금자보호법 등 관련 법은 BIS 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질 때만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우회적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후순위채 매입을 통한 자본확충을 위해 다음달 초 출범할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은행 후순위채도 매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은에 국채를 팔아 조성한 자금을 산은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지원, 후순위채와 상환우선주를 사들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캠코로 하여금 자본을 확충해 부실채권을 더욱 많이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거의 확정 단계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후순위채와 부실채권 매입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상환우선주는 차순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ㆍ3단계, 법 개정해 본격적 구조조정=악화되는 실물경기 침체를 고려해볼 때 1단계 측면지원으로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1ㆍ4분기에 정부가 은행에 직접 지원 형태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제도를 검토한 결과 직접 지원을 위해서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실은행만 지원하도록 돼 있는 예보법을 개정, 부실징후가 보이는 은행에도 정부가 직접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사안이 급하게 진행될 경우에는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근거를 마련한 뒤 정부는 본격적인 은행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은행 구조조정의 책임은 최근 만들어진 기업구조개선지원단을 확대 개편해 이곳에서 담당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직접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외환위기 때처럼 ‘경영개선협약’을 체결, 지배구조개선ㆍ자구 노력 강화, 부실은행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4단계 배드뱅크 설립되나=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정부가 별도 법인 형태로 배드뱅크를 설립, 이를 통해 은행의 자산 재조정을 유도하는 것도 예상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들은 공적자금 투입에도 은행 부실이 계속 늘자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은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것 외에 은행의 자산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다 보니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보다 앞서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한 다른 국가들이 배드뱅크를 검토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