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PTV 더이상 미룰 수 없다] <2>이해 따라 갈가리 찢긴 '방통융합'

끝없는 밥그릇 싸움…"정치적 결단 내릴때"<br>정부부처·방송·통신업계 입장차로 3년간 제자리 걸음<br>한쪽선 반발 불가피…적절한 '당근'으로 문제 풀어야




[IPTV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이해 따라 갈가리 찢긴 '방통융합' 끝없는 밥그릇 싸움…"정치적 결단 내릴때"정부부처·방송·통신업계 입장차로 3년간 제자리 걸음한쪽선 반발 불가피…적절한 '당근'으로 문제 풀어야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지난 7월 18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10차 전체회의. 9월 정기국회 전 마지막 회의였던 이 날 자리에선 방통특위 소속 의원들이 각자 발의한 6개의 IPTV 도입법안들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그러나 논의의 가닥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들간의 입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고 의원들간의 견해차도 여전했다. 방송계 입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나마 특위 의원 중 가장 진지한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손봉숙 의원은 참석자 대부분의 공감을 사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몇 개월간의 특위 회의에서 진전을 이룬 사안이 없습니다.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기본 줄기조차 잡히지 않았는데 법안 심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이젠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결국 17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지난 11일 방통특위 전체회의에서도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기존 6개 법안과 지병문 의원의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더한 7개 법안을 법률심사소위원회로 이관했다. ◇3년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 걸음=IPTV란 용어가 국내에 사실상 처음 등장한 2004년에 방송업계와 통신업계는 IPTV의 성격을 두고 '통신이냐 방송이냐'라는 논쟁을 벌였다. IPTV 문제는 기술적 검증부터 사회에 미치는 파장까지 모든 검토가 사실상 끝난 지금도 국회 방통특위에서 방송위원장과 정보통신부 장관, 케이블TV협회와 통신업계가 벌이는 설전은 이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젠 제자리를 맴도는 논의에서 벗어나 과감히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만 세계적 추세인 미디어 컨버전스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고 IT강국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IPTV를 둘러싼 논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지만 IPTV 도입이 언젠간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전제는 그나마 방송계와 통신계 양 측이 공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IPTV를 둘러싼 규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규제권한을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IPTV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향후 방송통신융합기구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판가름하는 전초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두 기관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방송업계와 통신업계의 갈등은 더욱 복잡하다. 방송업계에서는 통신업체들이 막대한 국민세금이 들어간 공공재 성격의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해 방송시장을 장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그대로 전이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회사 분리나 방송권역 설정 등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IPTV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통신업계에서는 방송업계의 주장을 들어주다가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어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위성DMB(TU미디어)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결단으로 문제 풀자"=IPTV 도입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펼치는 논쟁은 더 복잡하다. 정부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야권의 움직임에 각각 방송계(문광위)와 통신계(과기정위)의 손을 들어주는 상임위 간의 신경전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그나마 정부(국무조정실 산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IPTV 도입방안을 제시한 후 정치권 내에서 IPTV 법제화 움직임이 촉발돼 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법안을 내놨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일단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7월 후 약 두 달간 '여름잠'을 잤던 국회 방통특위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통해 논의의 장을 다시 열었다. 의원들 각자가 발의한 총 7개의 IPTV법안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방통특위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합한 8개 법안이 14일과 1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병합심리된다. 정치권은 여야 모두 방통융합 기구통합 처리를 차기 정부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IPTV 법안 만큼은 연내에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 역시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부총리ㆍ책임장관 회의를 갖고 참여정부 임기 내 마무리해야 할 주요 국정과제로 방통융합을 꼽으며 이번 정기 국회에 반드시 처리 시킨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암초는 곳곳에 숨어 있다.방통특위 내에서는 IPTV만이라도 연내 처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방송통신 기구통합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섞여 있다. 특위 전체회의에서도 방통융합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밥안심사소위에 공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손봉숙 의원은 "IPTV법안을 제3의 법으로 할지 방송법 개정으로 처리 할지조차 결정하지 않는 등 특위가 방향도 제대로 잡지 않고 밥안소위에 넘기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법안심사소위의 논의 이후 다시 방통특위의 재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결국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한 쪽의 입장을 들어줄 경우 반대 진영의 격렬한 반발을 어떻게 달랠 지도 가장 큰 과제다. 결국 방송계와 통신계 양 진영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현실에선 발휘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정치적 결단과 이를 관철시킬 뚝심, 그리고 일정부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쪽을 위한 적절한 '당근' 마련만이 IPTV 도입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다. 해외선 갈등 어떻게 해결했나 대부분 先서비스-後보완책 마련…규제완화 차원 문제접근 상호진입 자유롭게 허용 한국에서는 3년째 IPTV의 성격을 두고 통신이냐 방송이냐라는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해외 경쟁국가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인터넷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해 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IPTV의 도입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었지만 서비스의 시작이 결국 방송과 통신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하고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결정했다. 오렐리언 루이스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CSA) 기술 그룹 프로젝트 메니저는 "IPTV가 방송과 통신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방송이냐 통신이냐라는 논쟁을 벌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에서는 방송통신 융합의 시대적인 대세로 보고 일찍부터 방송통신통합 규제기구의 설립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1996년 개정된 통신법에 따라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과 방송분야의 정책과 규제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01년까지 우정성에서 통신과 방송 정책과 규제를 총괄해오다 2001년 IT산업의 성장과 함께 총무성으로 그 권한을 이전했다. 총무성은 정책과 규제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방송의 내용 규제에 대해서는 방송사 자율에 맞기고 있다. 영국에서는 통신정책은 통상산업부, 방송정책은 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관장하고 있지만 규제권한은 2003년 설립된 통신방송융합규제위원회(OFCOM)이 담당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방송 규제는 CSA가 맞고 통신규제는 통신위원회인 ARCEP가 담당하고 있다. 방송규제의 이유와 통신규제의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규제 방법이나 기구도 달라야 한다는 원칙에서다. 하지만 규제기구 분리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2003년 다른 유럽경쟁국보다 먼저 IPTV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것은 규제기구의 통합이나 분리 자체가 IPTV 도입의 전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업계와 통신업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자회사 분리 문제나 시청권역 설치 문제도 이들 국가에서는 규제완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1996년 통신법 개정으로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 상호 진입이 자유로워졌다. 케이블TV업계가 미국의 방송시장은 물론 지역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경이다.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케이블TV의 권역별 허가제를 폐지했으며 2001년에는 전기통신역무이용방송법을 새로 만들어 신규서비스의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도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을 제정하고 지역 면허제도를 폐지하는 등 규제완화에 나섰다. 독일에서도 1997년부터 방송통신융합서비스를 규제하는 제3의 법률을 만들어 융합서비스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허용했다. 이들 국가들은 상당수가 서비스 도입을 우선하고 그 이후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IPTV 서비스를 우선 도입하는 대신 방송업계가 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자유롭게 허용해 공정 경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방송업계가 통신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도매규제를 완화해 원가 수준에서 통신망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신업체의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후 철저한 시장감시를 통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업 시작 전부터 시장지배력전이를 문제 삼는 것보다 차후에 불공정경쟁 규제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송영규차장대우(팀장)ㆍ권경희ㆍ최광ㆍ황정원ㆍ임지훈(정보산업부)ㆍ이상훈기자(뉴미디어부) 입력시간 : 2007/09/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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