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근저당비 전가하는 얌체 은행

"근저당 설정비, 이제 대출자가 안 내도 된다고 하던데요?" "은행이 부담하면 금리가 0.2%포인트 올라갑니다. 3년 이상 대출하시려면 대출자가 직접 부담하시는 게 이익입니다." "1억5,000만원 대출하려면 근저당 설정비가 얼마나 들죠?" "한 80만~90만원인데 정확한 금액은 대출하실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중순 '부동산담보 대출시 저당권 설정비용 대출자가 안 내도 된다는 법원의 최종 확인이 있었다'고 발표한 후 기자는 은행을 직접 찾아 대출 상담을 받아봤다. 여러 은행에 문의를 했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근저당 설정비를 안내면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는 것. 게다가 대출자와 은행이 절반씩 내야 한다던 인지세 역시 전부 대출자의 몫이었다. 왜 정부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은행 창구에서는 변화가 없을까. 자신들에게 불리할 경우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늦게 수용하려는 은행들의 '꼼수' 때문이다. 근저당 비용 부담 논란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소비자보호원에서는 근저당 관련 비용을 대출자에게 따로 청구함으로써 소비자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출약관을 고쳐달라고 주장했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금리 외에도 근저당 관련 비용을 따로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데다 비용도 은행들이 사전에 정확하게 안내해주지 않기 일쑤였다. 가장 큰 문제는 근저당 설정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무사ㆍ감정평가 수수료가 대출자 호주머니에서 나가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수수료 절감을 고민하지 않고 이를 대출자에게 손쉽게 전가한다는 점이다. 2006년에는 감사원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시정을 요구했고 결국 2008년 공정위가 새로운 표준약관을 마련해 근저당 비용 부담에 따른 금리 차등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고 올해 4월에는 고등법원에서 표준약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수년간의 지루한 싸움 끝에 졌음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대법원 상고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법적으로 더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은행들이 비싼 수임료를 주고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3년간이나 싸우고도 부족해 더 소송을 낼 이유가 무엇인지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다. 끝없는 소송이 고객의 금리 선택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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