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04일] 다급한 론스타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제외한 한국 내 마지막 투자자산인 1조9,870억원 규모의 카드 부실채권(NPL)을 진흥저축은행에 넘겼다. 매각가는 400억원대. 론스타는 이번 매각으로 상당한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론스타가 지난 2001년 이후 한국시장에서 실현한 매각차익이 총 1조7,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번 매각은 ‘의외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금융계에서는 론스타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산을 매각한 것은 본격적인 한국 철수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도 론스타의 매각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가 철수를 위해 카드채를 매각한 것이라면 존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추가 조사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계약이 결국 무위로 끝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계약 이행 종료 시점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 국면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론스타와 HSBC는 외환은행 매매 계약 시한을 연장할 전망이나 계약 이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없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 당국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란 이유로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4월이 지나면 외환은행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에게는 은행을 못 판다”는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솔직한 속내’ 아니겠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론스타가 지분 분할 매각과 외환은행 분기배당을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현금 확보에 필요한 현대건설 매각도 산업은행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외환은행이 상당한 주식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 계획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매각 착수’로 뒷전으로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동의하지 않는 한 현대건설 매각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투자기간이 지나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론스타로서는 목이 타들어가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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