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끊이지 않는 오너가 갈등

■ 롯데 장자의 난… 신격호 퇴진

2·3세 승계 때마다 형제싸움 휘말려<br>금호 등 줄이은 소송전

롯데그룹에서 일어난 '신동주의 난' 이전에도 재계에서는 크고 작은 오너가(家) 갈등이 많았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서로의 뜻이 맞지 않아 생겼거나 그룹의 적통성과 지분을 요구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2000년에 일어났던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이다.


당시 현대그룹은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정몽구·정몽헌 회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됐다. 정몽구 회장은 차남이었지만 동아일보 기자를 지냈던 큰형이 일찍 세상을 떴기 때문에 사실상 장남 역할을 해왔다. 정몽헌 회장은 5남이지만 정주영 회장의 애정이 남달랐다.

사건은 2000년 3월14일 정몽구 현대그룹 공동회장이 정몽헌 공동회장의 최측근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전보시키는 보복성 인사로 시작됐다.

다음날인 15일 정몽헌 공동회장은 인사보류를 지시하고 24일에는 현대 구조조정위원회가 정몽구 공동회장의 면직을 발표했다. 이후 정몽구·정몽헌 회장이 인사 문제를 놓고 발표를 거듭했고 결국 정몽헌 회장이 단독회장으로 승인됐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이 과정에서의 3부자의 책임을 물었고 그해 5월31일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정몽헌 회장이 모두 퇴진했다.


정 회장 사후에는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와 관련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을 갖고 계열분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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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도 형제간 다툼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극복과정에 이견이 있었던 것이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회장의 3남과 4남인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형제갈등은 금호그룹이 2009년 대우건설을 재매각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었다.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박찬구 회장은 자신이 맡고 있던 금호석유화학의 분리경영을 추진했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의 행동을 용납하지 못했고 박찬구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시키고 동반 퇴진을 선언했다. 이후 금호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다. 최근 서울고법의 판결로 금호그룹은 앞으로도 두 그룹으로 영영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가도 형제간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형제간 갈등을 겪으며 지금도 소송전이 진행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2월 돌연 효성 부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룹과 결별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형인 조현준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효성그룹이 자신을 음해하고 사내 불법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운다는 주장도 폈다. 현재도 효성가의 경우 외부 자리에서도 상당히 껄끄러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시숙의 난'을 벌이기도 했다. 현 회장은 쉰들러를 끌어들이는 것을 포함해 가까스로 KCC의 공격을 막아냈다.

삼성도 이병철 창업주의 유산을 놓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법적다툼이 있었다. 1심에서 이맹희 전 회장이 패소한 후 이건희 회장 측에 화해를 제안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외에도 재계에는 경영 및 상속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너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지분을 형제끼리 나눠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영권에 대한 교통정리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이다. 특히 장남이거나 첫째여서 경영권을 넘겨준다거나 반대로 동생들에게 경영권이 가는 경우에도 갈등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가의 경우 아버지의 적통을 자신이 잇겠다는 생각과 함께 서로 간의 경쟁과 갈등이 치열하다"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쟁의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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