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이 연장 혈투 끝에 네덜란드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축구대회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스페인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11분에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에 입맞췄다.
이번 대회까지 13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스페인은 이로써 브라질(5회)과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이상 2회), 잉글랜드, 프랑스(이상 1회)에 이어 8번째로 월드컵 우승국 대열에 합류했다. 1950년 브라질 대회 4위가 최고 성적이었던 스페인은 유럽팀이 비유럽 지역 월드컵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도 날려버렸다.
반면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벽에 막히면서 첫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연속 준우승에 이어 3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스페인은 특유의 짧고 정교한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이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0분 세르히오 라모스의 강한 오른발 슈팅과 1분 후 다비드 비야의 위협적인 왼발 발리슛 등으로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네덜란드는 17분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프리킥 찬스에서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품에 안겼다.
후반에도 양팀은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골문을 뚫지 못했다. 네달란드는 후반 17분 스네이더르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은 아르연 로번의 왼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스페인은 후반 24분 헤수스 나바스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다리를 맞고 뒤로 흘렀을 때 비야의 슈팅이 수비수 발을 맞고 굴절돼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내내 더 높은 공격 점유율을 보이던 스페인은 좀처럼 네덜란드 골문을 열지 못하고 연장전에 끌려갔다. 잇단 문전 공세에도 득점하지 못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다급한 쪽은 스페인이었다. 그러나 잠시 잊고 지냈던 ‘큰 경기 징크스’가 떠오를 수도 있었던 연장 후반 마침내 천금 같은 결승골이 터져 나왔다. 연장 후반 4분 네덜란드 수비수 헤이팅아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한 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거세게 몰아붙이던 스페인은 연장 후반 11분 굳게 닫혔던 네덜란드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쪽 페널티지역까지 침투한 이니에스타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이니에스타가 날린 강한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 손을 맞고 왼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80년 우승 한을 푸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