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새로운 '갈등 터널'…노사관계 험로

■ 기업들 내년 노무관리 "어쩌나…"<br>비정규직법따라 직무·직급별 노무관리 필요<br>'파업때 필수업무 선정' 싸고 난항 불가피<br>CEO 12.4% "경영 최대 걸림돌 노사불안"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노사갈등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346명을 대상으로 2007년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를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꼴인 24.1%가 노동시장 유연화 및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CEO 8명 가운데 1명인 12.4%는 내년 기업경영의 가장 큰 걸림돌로 ‘노사관계 불안’을 꼽았다. 한결같이 노동시장과 관련한 것들이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를 헤쳐가는 우리 기업들에 여전히 노무관리는 큰 고민거리다. 특히 내년이 ‘대선의 해’라는 점에서 노동계의 요구 수위는 올해보다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기업은 높아진 수위만큼 더 고달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7년에는 제ㆍ개정된 노동 관련 법안이 많아 산업현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비합리적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면 기업들의 노무관리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태풍의 핵 비정규직법=내년부터 기업들은 기존의 집단적인 노무관리에서 벗어나 개별 근로자별로 노무관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정규직법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에 비해 처우나 보수 등에 차별을 받았다’고 차별시정위원회에 신고하면 기업들은 ‘차별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에 실패하면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처우개선을 해줘야 한다. 당연히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무 및 직급별로 노무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관리하던 것을 개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두 배 이상 투입돼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우리나라 인사노무관리 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처럼 단지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직무 중심으로 급여 및 조직 체계가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식 직무 중심의 인사노무관리 방식이 도입되면 사용자들의 관리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들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전 계열사 인사ㆍ노무 담당자들에게 공인노무사 자격증 획득을 지시했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별로 비정규직 비율을 5%포인트가량 줄여 20% 수준으로 조정했으며 생산라인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했다. SK㈜는 경영협의회를 수시로 열어 직원들의 불만을 사전에 점검하고 있다. ◇필수업무 선정도 난항 예상=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에 따라 병원ㆍ철도ㆍ가스ㆍ전기ㆍ수도ㆍ석유ㆍ한국은행 등 파업시 공중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직권중재 제도가 2008년부터 폐지된다. 법안은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파업시 노조에 필수업무 수행 의무를 부여하기로 하고 파업참가 인력의 50% 이내까지 외부 인력을 동원, 대체근로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필수공익사업장에 항공과 혈액공급(대한적십자혈액원) 업종을 추가하기로 했다. 문제는 내년에 노사합의로 필수업무의 범위와 근무인력 등을 정해야 한다는 점. 예를 들어 병원의 경우 응급실ㆍ중환자실ㆍ신생아실 등에 평소 근무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사가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철도기관사, 항공기 조종사 등의 경우 맡은 일 자체가 필수업무여서 노조와 합의 자체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필수공익사업장 소속 노조 대부분이 속한 민주노총은 개정 노조법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한다며 총력투쟁을 벌일 방침이어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2005년 파업을 벌였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경우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전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내년에 필수업무 선정을 둘러싼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돼 2008년부터 조종사들의 파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내년이 걱정”이라며 “대부분의 필수공익사업장이 내년에 필수업무를 정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노사갈등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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