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직원수·자본금 기준 폐지...피터팬신드롬 막고 고용·투자 늘린다

1,500억 적용 기업 2.1%… 1,000억은 38%로 가장 많아<br>졸업 유예는 1회로 제한… 5년마다 타당성 검토 조정


#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지난해 기준 자본금 294억원, 상시근로자 302명, 매출액 44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400억원대 매출을 올려 중소기업에 해당되지만 현행 자본금 80억원, 근로자 수 300명 기준을 초과해 중견기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오는 2015년부터 매출액 단일기준이 적용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8년부터는 각종 정부지원을 누릴 수 있게 된다.


# 전선을 제조하고 있는 B업체는 지난해 근로자 수 87명, 자본금 70억원, 매출액 1,328억원으로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자본금과 근로자 수가 중소기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B사는 바뀐 기준에 따라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8년부터 중소기업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어진다. 11일 발표된 중소기업 범위 새 개편안은 성장 촉진과 고용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매출액 기준만 쓰면 기업들은 중소기업 지위 여부와 상관없이 근로자와 자본금을 확대해 고용과 투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준은 근로자 수, 자본금 등 생산요소 투입 규모로 중소기업 여부를 가려 기업의 성장 여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현재는 근로자 수 300명 미만, 자본금 80억원 이하, 매출액 1,500억원 이하 중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중소기업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용을 안 하거나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꼼수를 부리면 기업이 커져도 그대로 중소기업 범위 안에 남을 수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중견기업 73개사가 근로자 감소, 지분변동 등을 통해 다시 중소기업에 편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개편안은 중소업계의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애초 중기청은 '800억원-600억원-400억원' 기준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소업계는 이는 현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고 반발, 1,000억원을 중심 상한기준으로 확정했다. 또 업종 특성상 매출액이 높은 전기장비, 의복, 펄프·종이, 가구 등 6개 제조업에 대해 예외적으로 상한기준 1,500억원을 그대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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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업계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부 제조업의 경우 제품 가격이 비싸 매출이 크다며 매출액 기준을 2,000억원으로 상향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비중도 현 수준으로 조정됐다. 처음 제시한 상한선 800억원 기준대로라면 약 878개의 기업이 중소기업의 지위를 잃게 되지만 새 기준에 따르면 75개사가 줄어드는 데 그친다. 2015년 개편안이 적용되면 현재 중소기업 759개사가 졸업하고 중견기업 684개사가 중소기업에 편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졸업 유예를 최초 1회로 제한, 성장한 기업이 더 이상 중소기업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이는 졸업기업이 편법으로 근로자 수를 줄이면 다시 1년 만에 중소기업 지위를 얻어 공공구매시장에 참여하는 등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졸업이 유예된 기업은 3년간 기존 중소기업 사업에 참여하는 등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단일화됨에 따라 유예 없이 졸업하는 범위 상한기준도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상시근로자 1,000명, 자산 총액 5,000억원, 매출액 1,500억원, 자기자본 1,000억원 등 하나만 충족하는 기업은 유예 없이 바로 중소기업을 졸업하게끔 했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기존 택일주의 기준으로 피터팬 증후군이 발생하고 실제 성장한 기업임에도 중소기업에 잔류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고용과 투자 촉진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정책 실효성도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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