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금융권이 인터넷은행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회계법인 빅4도 본격적으로 경쟁구도에 가세해 신사업 선점에 나서고 있다. 회계와 재무 자문은 물론 '핀테크'의 총아인 인터넷은행의 경영전략까지 여러 분야에서 신시장을 창출, 새 수익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기업 연합인 500V(오백볼트)는 24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사업인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계·재무자문사로 삼정KPMG를 선택했다. 삼정KPMG는 지난 5월 500V에 속한 벤처기업에 대해 회계·재무자문을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500V는 컨소시엄에 다수의 은행과 증권사를 끌어들일 계획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500V에 앞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발표한 3곳도 최근 대형 회계법인과 자문계약 체결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께 선정될 인터넷은행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다음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KB국민은행 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딜로이트안진을 회계와 재무자문사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경영전략 구상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컴퍼니가 맡았다.
KT와 교보생명·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KT 컨소시엄'은 EY한영에서 회계·재무자문을 받기로 하고 인터넷은행 설립 이후의 경영전략에 관한 컨설팅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는 인터파크를 중심으로 SK텔레콤과 기업은행이 참여하는 인터넷은행 컨소시엄과 손을 잡았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에는 다수의 금융업체도 합류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회계법인은 우선 인터넷은행의 회계 처리와 보안 체계, 신용위험 관리 등 사업계획서에 들어가야 할 핵심 내용들을 자문하면서도 금융당국이 다음달 말까지 신청을 받은 후 연말께 1차로 한 곳의 컨소시엄에만 예비인가를 줄 가능성이 높아 전방위로 경쟁 과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터넷은행 설립인가를 받아야 회계법인 입장에서 신규 회사 설립과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 등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 시작되는 인터넷은행은 법인 설립부터 전산 체계 등을 모두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이 새 수익원으로 큰 기회지만 정부 인허가 사업이어서 파트너 컨소시엄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