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3월 5일] 밴쿠버 올림픽에서 배울 것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넓고 온통 단풍나무 숲으로 덮인 나라 캐나다에서 2주일 동안 펼쳐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우리는 그 정신적ㆍ경제적 성과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에서 150억달러의 경비지출이 있었고 그 손실이 지금의 유럽경제를 위협하는 '그리스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또 오는 2012년 런던 올림픽시설 준비는 벌써부터 적자예산의 위험신호가 켜진 상태다. 세계가 인정한 쇼트트랙 강국 존 퍼롱 밴쿠버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많은 경비부담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를 크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지만 침체된 세계 경제상황에서 그리스와 같은 경제위기의 소용돌이로 빠지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반면 2002년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미트 롬니 솔트레이크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인기 여파로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추앙받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주된 종목 중 하나인 스키경기에서 설질(雪質)이 너무 나빠 선수들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지만 린지 본과 같은 여자 스키선수를 일약 스타로 만드는 계기가 됐고 그가 곧 영화에도 출연할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그곳의 눈은 마치 얼음을 잘게 분쇄한 가루와 물을 뒤범벅 해 만든 빙과와 비슷할 만큼 나빴다. 거기에 비하면 평창의 설질은 최상급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쇼트트랙 성적은 여자 계주와 성시백ㆍ이호석 선수의 불운 탓에 기대보다 조금 낮았다는 국내평가가 있으나 세계 빙상계에서는 이제 쇼트트랙에 관한 한 한국이 기술이나 체력 면에서 완전히 종주국으로 등극해 세계각국에서 초빙교섭이 쇄도한다고 한다. 이미 미국에서만 전제수ㆍ김동성을 비롯한 6명 이상의 코치가 활약하고 있으며 더 많은 선수ㆍ코치를 초빙하고 싶다고 잭 모텔 미국 팀 매니저는 말했다. 또 한국 빙상은 선수의 수와 실력 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어 웬만한 선수를 보내도 월드컵 경기 정도에서는 모두 메달 감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다. 반면 미국에는 한국계 사이먼 조를 빼고는 다음 올림픽에 기대할 만한 어린 선수가 없기 때문에 아폴로 안톤 오노의 은퇴를 반대하는 여론이 팽배한 실정이다. 광고료 출판인세 심지어 부동산 개발수익 등 엄청난 수익을 포기하고 이미 세 번의 올림픽을 치른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청이지만 두고 볼 일이다. 이 기회에 태권도의 국기원과 비슷한 쇼트트랙 코치과정의 연구교육기관을 설치해 전세계에 한국의 빙상실력을 보급시키는 데 이바지하기를 건의하고 싶다. 마지막 날 캐나다의 국기(國技)인 하키게임 연장전은 온 캐나다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밴쿠버 거리는 인파로 밤새는 줄 몰랐다. 월드컵 축구 결승전 분위기와 비슷했다. 코치 연구교육기관 설치해야 이번 경기에서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삼성ㆍLGㆍSK 등의 응원자 수가 엄청나게 많았다는 점이다. 새삼 우리나라 경제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동계 올릭픽에 참가하는 국가들이 세계의 정치ㆍ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편에 국가의 명예를 걸고 뛰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회사 중역들 간의 부담 없는 친선과 비즈니스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평창은 어느 모로 보나 다음 올림픽 장소로 적합하다. 자연조건과 설질, 교통 문제, 경제력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우리 선수들이 거둔 눈부신 성적이 유치성공에 신바람을 더 할 것이다. 그 무렵 휴전선 북쪽의 금강산 또는 백두산 스키장에서 슈퍼G 경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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