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분양원가 공개 논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가 찬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공공주택은 물론 민간주택까지 원가공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이 있자 부동산시장은 그 파장과 득실을 놓고 손익계산이 한창이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아파트 값을 잡기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탓인지 아니면 전셋값 상승에 따른 반작용인지 모르겠으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 매물이 소화되는 등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급 부족등 초래 우려 사실 공공주택의 경우 오랫동안 가격차별정책을 써왔다는 점에서 세밀한 원가공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주택공사 같은 공기업은 임대주택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노 대통령은 공급부족 현상에 대비해 공공부분이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나가겠다고 하지만 결국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아니면 공기업들이 택지개발을 하면서 더욱 큰 폭리를 취해야 할 텐데 그 경우 분양가는 더욱 치솟을 것이다. 그동안 분양 평형에 따라 분양가를 차등화할 수 있었던 것도 공기업이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에서 상당한 독점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분양아파트의 70% 이상이 공공택지 아파트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미 공공주택에서 원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는 마당에 원가공개로 인해 소비자에게 더 이상의 큰 실익은 없어 보인다. 분양원가 공개의 확대는 도리어 일부 주택의 고급화를 부추겨 분양가를 견인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선호도가 뚜렷한 옵션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아주 탁월하고도 자연스러운 가격정책이다. 극장 안에서 파는 팝콘이 더 비싸고 자동차의 스포일러가 본체보다 훨씬 마진율이 높은 것은 그야말로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아닐 수 없다.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 시작하면 건설업체로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윤이 많은 갖가지 옵션을 첨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민간주택의 분양원가 공개가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전망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동안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 책정으로 일부 건설업체들이 비난받은 전례도 있는 만큼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 공개효과가 줄어들면 결국 공급 위축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만 남기 쉽다. 돌이켜보면 지난 98년 자율화 이후 천정부지로 분양가가 오른 저변에는 지나치게 높은 땅값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분석된다. 수도권에 더 이상의 민간 택지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토지개발의 공영화가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사실상 주택시장의 가격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시장의 자체적인 한계 때문에 택지를 쉽게 구하지 못한 민간업체가 적기에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갖가지 규제 등으로 재건축마저 막혀 공급부족이 장기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공급대책이 가장 긴요 결국 분양원가 공개 논란은 과잉유동성이 촉발한 부동산 폭등의 수익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원론적인 다툼에서 비롯됐다고 보아야 한다. 분양가 자율화라는 대전제 아래 건설업체는 수익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고 수요자는 원가공개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원가공개로 분양가가 인하되면 또다시 프리미엄을 챙기는 투기가 만연할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마저 판교신도시에서 보듯 채권입찰제로 국민주택기금 등 공익성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채권입찰제와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서로 상충된다. 원가를 공개해도 채권입찰에 따른 손실로 분양가 인하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양가 폭등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대책이 가장 긴요하다. 분양가 폭등이 높은 땅값 때문이든 분양가 자율화 때문이든 아니면 채권입찰제 때문이든 결국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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