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이사의 책임감경, 오해와 진실


상법 개정안이 오는 4월15일부터 시행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기업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개정된 상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이사의 책임 감경 조항이다.

횡령·비리 등 해사 행위는 대상 안돼


현행 상법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에 대해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하는 것 외에는 책임 감면 규정이 없어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기업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신물질ㆍ특허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경제 여건이 약간만 모호해도 경영진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소극적인 경영을 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는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이사들이 약간의 실수만 있어도 부담해야 하는 무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특히 사외이사도 예외 없이 다른 이사와 연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들이 사외이사 취임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개정 상법은 유능한 경영인을 쉽게 영입해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사의 책임감경제도를 도입했다. 이사의 책임 한도를 설정해 회사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사의 책임을 연간 보수액의 여섯 배(사외이사는 세 배)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면제할 수 있도록 이사의 책임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이 같은 이사의 책임감경제도는 미국의 델라웨어ㆍ뉴욕주와 독일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이사의 책임 감경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이사의 책임 감경을 단순히 이사의 책임 축소로 이해해 기업의 부정ㆍ비리 행위를 오히려 조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정관 변경 반대 결정에 일부 소액주주들까지 편승해 주주총회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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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이사의 책임감경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도입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경영진의 부정ㆍ비리 행위는 책임 감경의 대상이 아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거나 회사의 기회와 자산을 유용하는 경우, 그리고 이사가 자기 자신과 거래하는 경우는 물론 배임이나 횡령 등 형사처벌이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책임이 감면되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업 추진 시 과실로 인한 그 책임 한도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만큼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대부분 회사는 주주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정관에 이사의 책임감경제도를 도입하고 사안 발생 시마다 그 책임을 감경할지 여부를 또다시 주주총회가 결정토록 해(상장회사 표준정관) 주주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진취적 기업경영 활성화 위해 필요

이사의 책임감경제도는 주주가치의 저하보다는 사소한 과실로 인한 무한 책임의 완화를 통해 경영자들이 보다 과감한 경영 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 오히려 주주가치 극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의 책임감경제도를 도입하려 했던 일부 상장회사들이 주주총회에서 일부 외국인과 기관의 반대로 이를 자진 철회하는 염려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사의 책임감경제도를 우리 기업에 올바르게 정착되게 하려면 제도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진취적인 기업 경영을 보다 활성화하고자 하는 개정상법의 취지를 기업과 투자자ㆍ주주 모두가 충분히 인식하고 공유해야 할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진제국에서도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이사의 책임감경제도가 적극적으로 도입돼 경영진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함으로써 주주가치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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