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등 막대한 이익에 신바람<br>中企는 납품단가 인하·자금난등에 한숨
|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들은 수출 대기업과 달리 아직 경기회복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채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물량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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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업체 A사의 박모 사장은 요즘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한숨을 내쉬고는 한다. 이 회사는 올 들어 모기업이 전혀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 바람에 단 한 건의 납품실적도 올리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분기당 120억~15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올 들어 20억원대로 쪼그라들었으며 지난 1ㆍ4분기에는 영업손실만 2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겠다며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지만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산업현장에 경기회복의 미풍이 불고 있다지만 주로 수출 위주의 대기업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경기호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아랫목만 데워질 뿐 윗목까지 경기회복 기운이 미치지 못하는 체감경기의 시차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은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쏟아내며 지난해 가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조선 분야만 빼고 모든 수출업종이 완전히 회복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ㆍ4분기 매출 32조5,100억원과 영업이익 2조5,200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12%, 5%씩 늘었다. 현대차도 2ㆍ4분기 영업이익만 6,573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순이익도 8,1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4%나 급증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중국 특수 등에 힘입어 종전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직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납품단가 인하, 자금난 등 갖가지 악재가 겹치다 보니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덤핑 판매마저 판치는 등 경영난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ㆍ기계 등에 납품하는 주물업계의 경우 자동차 쪽은 다소 나아졌지만 공작기계나 조선소와 거래하는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의 30~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철가격도 최근 ㎏당 400원으로 오르고 있는데다 1차 협력사로부터 납품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대부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허만형 주물조합 전무는 "대기업은 막대한 흑자를 보고 있다지만 중소업체들은 올해 본전은커녕 수익을 까먹는 업체가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남동공단이나 시화공단 등 주요 산업단지의 가동률도 지난 5월 78%대로 떨어지며 연초와 엇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은 과거 IMF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회복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상생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