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액주주의 한숨

"소액주주의 제안이 회사 측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주주들의 의견을 사측에 전달해야 했습니다."

남양유업의 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에 찬성표를 던진 한 소액주주의 한숨 섞인 말이다. 남양유업 주총은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주주총회에서 현금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표 대결을 벌여 관심을 모았던 곳. 일부 자산운용사와 소액주주들이 여기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결과는 역시 사측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총의 화두 중 하나는 '소액주주들의 반란'이었다. 삼천리ㆍ휴스틸ㆍ대한방직 등의 주총에서는 소액주주 측이 배당금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날을 세웠다. 특히 일부 대기업 경영진들의 횡령ㆍ배임 혐의발생으로 경영투명성 문제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이변은 없었고 일사천리 무사통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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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운동이 최근 부쩍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남양유업이나 삼천리 등 관심이 집중된 곳도 소액주주들이 일부 기관ㆍ외국인 투자가와 손을 잡으면서 그나마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소액주주의 반대로 이사의 책임한도를 낮추려던 계획을 포기했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연금의 의사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캐스팅보트는 기관들이 쥐고 있지만 올 주주총회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무관심 속에 여전히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댈 곳 없는 최근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벽일지언정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는 하소연인 셈이다.

주주총회 현장에서 만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결국 '소통의 부재'로 모아졌다. 사측이 평소 주주들의 의견에는 관심 없고, 회사의 중요 결정사항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손에 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많은 경영진들이 '주주와의 소통'과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앞으로는 벽에다 한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진정성 있는 '소통'이라는 메아리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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