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경쟁체제 도입
임기내 반드시 매듭 약속 어기고
특혜시비에 차기정권으로 떠넘겨
■근로시간 단축제도
李대통령 1월 직접 지시 했지만
기업들 거센 반발에 사실상 포기
■대중교통 소득공제
이중공제 내세워 반대하던 재정부
"고유가선 필요"… 재정건전성 후퇴
■와인 인터넷 판매
탈루·세수 감소 이유로 반대하다
"FTA 성과위해 도입" 입장 바꿔
흔들림 없이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그네 타기'를 하고 있다. 특히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 내 반드시 추진하겠다던 정책조차도 은근슬쩍 차기 정부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우선 이번 정부에서 결판 내겠다던 고속철도(KTX) 경쟁체제 도입은 어물쩍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KTX 경쟁체제 도입은) 이 정부에서 결판 내되 안 되면 다음(정부) 초기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현정부 임기 내에 사업자를 선정, KTX 민영화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이다. 김 총리가 "정치적 부담이 있다 해도 손 놓고 시간을 허송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하지만 임기 말 특혜시비와 반대여론 등을 감안해 사실상 임기 내 도입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1월 직접 지시한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사실상 포기다. 아직 고용노동부나 지식경제부 등 관련부처들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노ㆍ사ㆍ정 위원회에서 멈칫하고 있다.
오는 9월 입법을 추진하던 이채필 고용부 장관조차도 "현실적합적인 방법을 찾겠다"며 물러나 있다. 당초 이 대통령은 근로시간 단축을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추진을 지시했다. 고용부는 법정 근로시간에서 제외돼 있던 휴일 근로시간을 연장 근로한도(주 12시간)에 포함시켜 실질 근로시간을 줄이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정권 말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실질임금이 줄고 기업들의 신규 고용부담에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이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서며 고용부 혼자 밀어붙이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좋은 일자리 나누기와 근로환경 개선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던 재정건전성 정책도 후퇴했다. 최근 결정된 대중교통 소득공제는 담당부처인 재정부가 주장해온 재정건전성과 세제형평성 원칙을 무너뜨렸다. 대중교통 소득공제는 지난 정부인 2005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해 2009년에는 국토해양부와 대한상의가 건의를 하기도 했지만 재정부가 끝까지 반대하며 무산됐다. 당시 재정부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근로소득공제를 통해 대중교통 등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일괄적으로 빼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비용을 따로 빼면 이중공제가 된다고 반박했다. 실제 총급여(연봉에서 비과세소득 제외)가 5,000만원인 근로자는 의료비나 교육비 등 특별공제 말고도 기본적으로 근로소득공제로 1,300만원이 공제된다. 여기다 대중교통 소득공제는 이미 면세혜택(4인 가구기준 총급여 2,000만원 이하)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에는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도 반대논리였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에도 재정부가 정권 막판 대중교통 소득공제를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름 값 상승으로 터져 나오는 유류세 인하요구를 대중교통 소득공제로 무마하려는 '꼼수'로 보는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세제도 정부 이데올로기나 여건에 따라 변해야 한다"며 "고유가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와인 인터넷 판매도 정부의 원칙을 무너뜨린다. 국세청이 세금탈루ㆍ세수감소 등의 이유로 반대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성과 극대화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공'은 청와대로 넘어왔다. 재정부 내에 정책조정이라는 업무가 있음에도 애매한 정책은 일단 청와대로 넘기고 보자는 정권 말기 부처 보신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