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후유증 드러나는 무리한 혁신도시 추진

정부가 혁신도시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토지보상 등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기공식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당초 오는 26일로 계획돼 있던 경남 진주 혁신도시 기공식이 무기 연기됐고 11월8일로 잡혀 있던 광주ㆍ전남의 나주 혁신도시도 부득불 착공식이 미뤄질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다음달 착공식을 가지려고 서두르고 있는 강원 원주와 전북 전주 혁신도시 등이 아직 보상협의에도 착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원주의 경우 토지 감정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전주의 경우는 전체 면적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농촌진흥청 부지가 추가로 늘어나는 바람에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충북 진천ㆍ음성 혁신도시도 지난 17일 겨우 토지보상에 들어갔으나 보상률이 0.9%에 불과한 실정이다. 토지보상률이 낮다고 착공식을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실시계획 승인만 나면 삽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반 이상 토지보상이 이루어진 뒤 착공식을 하던 전례에 비춰볼 때 너무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사가 늦춰질 경우 차기정부가 사업을 변경할까 걱정돼 미리 ‘말뚝’을 박아두자는 속셈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혁신도시는 2003년 6월 건설계획을 발표한 뒤 4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분산배치 요구를 비롯해 공공기관 노조의 반발과 주민들의 시가보상 요구 등 갖가지 장애물 때문에 사업진척이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사전 정지작업이 미진했고 국민적 호응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밀어붙이기식 혁신도시에 따른 후유증은 없을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개발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달리 낙후지역을 혁신도시로 개발하면 예견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 못한 혁신도시가 이전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연말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무리하게 삽질만 서두르지 말고 배후단지 조성 등 혁신도시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세금으로 토지보상만 하면 혁신도시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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