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북한 '정치·군사합의 전면 무효' 선언] 대북 압박 강화 '미국 관심끌기'

한반도 긴장수위 높여 핵협상 주도권 노려<br>MB정부 대북정책 전환압박등 다목적포석<br>일부선 "군사도발 염두둔 명분쌓기 가능성"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30일 기존 남북 간 정치 및 군사 관련 협의사항을 일방적으로 무효화 선언하면서 남북관계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망원경을 통해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매골마을 일대를 살펴보고 있다. /배우한기자

북한 군부가 지난 17일 인민군 총 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면적 대결로의 진입을 선언한 데 이어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기존 남북 간 정치ㆍ군사 관련 합의사항을 무효로 하겠다고 밝혀 남북관계는 군사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측은 지난해 12월1일 남북통행 제한ㆍ차단 조치에 나선 후 2개월도 안 돼 군과 당국이 일제히 군사적 대응 조치 가능성을 선언하며 '구두(口頭) 대남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잇따른 강경압박은 버락 오바마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통미봉남(미국과 대화하고 남한은 배제한다)' 전략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군사적 대응까지 거론하는 압박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북핵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또 집권 2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했다. ◇대미(對美) 협상 우위 노린 대남(對南) 압박 성격 짙어=전문가들은 북측의 잇따른 군사적 위협이 외견상 우리 정부를 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신행정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사실상 실패로 끝난 북핵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협상우위 효과를 보기 위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경제위기를 겪는 우리 정부의 취약점을 노린 술수라는 관측도 있다. 북측의 잇따른 구두 위협은 남측이 자신들과 등지고 대결하면서 경제위기를 풀 수 있겠느냐는 엄포라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남북 군사적 긴장이 크게 높아질 경우 우리 국가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한 우회적인 대남압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북, 군사조치 감행할까=연초 이후 북측의 강경 구두압박이 이어지면서 북한이 실제 군사적 조치를 감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의 이 같은 대남압박이 미국의 관심 끌기와 우리 정부의 대북전략 전환 촉구 성격이 짙지만 실제 군사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 의미를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가 대결을 선택했다고 주장하면서 "전면대결 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군사적 대응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조평통 성명은 이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하는 성격이 강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영토개념으로 인식하고 무력으로 사수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북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무력 충돌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매년 3월께 열리는 한미 합동 '키리졸브' 연습 이후나 NLL 주변 해역에서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4~6월 꽃게잡이철에 빌미를 찾아 긴장을 조성하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측이 대미협상을 겨냥한 압박성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서해상이나 군사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벌일 경우 대미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북측이 무력충돌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자루이 중국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점을 볼 때 특별한 계기 없이 북측이 긴장조성 행위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북측의 이 같은 강경 압박에 의연한 대응기조를 유지한다는 전략으로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즉각 유감을 표하고 국방부를 통해 "북한이 NLL을 침범할 경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 같은 기 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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