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오락가락 경제민주화, 시장은 혼란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잉규제 논란을 빚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대기업을) 자꾸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여야의 대기업 규제방안이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켰다는 게 대통령의 현실인식으로 보인다. 옳은 판단이다.


여당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16일 열린 새누리당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식의 정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경제민주화 입법을 서두르던 이전 행보와는 정반대다. 지나치다 못해 초법적이라는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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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은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부와 여당은 새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공약 실천이 모든 것인 양 총력전을 벌였다. 이달에만도 대기업 임원 연봉 공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징벌적 과세와 무죄입증 책임 부여, 불공정거래 조사확대 등 기업을 압박하는 조치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이 나서 '무리'라고 했고 여당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맞장구를 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에 보냈던 정책 시그널과는 정반대다. 시장의 가장 큰 적인 불확실성을 자초한 격이다.

현실인식도 아직 미약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추경을 해도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기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딱 반만 맞는 얘기다. 투자가 있어야 경기회복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틀렸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제민주화 방안이 과도한 것이었다면 변명할 게 아니라 잘못됐다고 고백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믿는다. 투자와 고용확대를 위한 첫걸음은 경제민주화의 제자리 찾기에서 시작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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