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오이그룹에 넘어갔던 LCD업체 비오이하이디스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비오이그룹이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고 핵심기술만 챙겼다는 ‘먹튀’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비오이하이디스는 8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04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적자로 인해 운영자금이 부족한데다 지난해부터 인수에 들어갔던 대출금 상환이 속속 돌아왔다”며 “모기업인 중국 비오이그룹이 추진했던 증자나 지적재산권(IP) 등 일부 자산 양도에 의한 현금 지원도 불발되는 바람에 현금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빚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비오이하이디스의 채권ㆍ채무 행사가 모두 중단되며 기존 협력업체들의 납품대금 결제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조정된다.
업계에서는 비오이그룹이 채권단의 반대로 IP기술 등을 가져갈 수 없게 되자 아예 경영권을 포기하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왕둥성(王東升) 비오이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방한해 비오이하이디스의 LCD 특허 3,000여건을 중국 본사로 넘길 경우 5,0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지만 채권단이 거부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오이그룹 입장에서는 이미 일부 기술과 인력을 빼내갔기 때문에 더 이상 투자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비오이하이디스는 그동안 100여명의 연구개발(R&D) 및 생산인력을 중국 자회사인 비오이오티로 파견했으며 LCD 모니터 생산기술을 대부분 중국으로 넘겨버렸다. 아울러 TV용 LCD 패널까지 공동 개발을 진행해왔다.
법원은 앞으로 1개월 이내에 법정관리 개시를 인가할지 여부를 판결하게 되며 이후 채권신고 및 회생계획 수립에 6~7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오이하이디스는 인수자금 잔액 1,300억원과 2005년 초 발행한 무보증사채 2,000억원을 포함해 약 5,000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