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IT로 만드는 '道通爲一'

정보기술(IT)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IT인의 한 사람으로서 동양사상은 무척 흥미롭다. 무엇보다 상호의존ㆍ상생관계를 중시하는 유기체적 세계관 때문이다. 천지만물이 뒤섞여 하나가 되는 세상을 강조한 노자(老子)의 도가가 그렇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해 일어나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설파한 불가(佛家)의 연기설이 그렇다. 이 같은 동양의 전통사상은 IT를 통해 만들어가는 정보화 사회의 핵심 가치인 연결ㆍ분산ㆍ포용ㆍ개방 등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특히 자연합일사상과 정곡을 찌르는 생활 속 비유로 이름난 장자(莊子)가 제시한 세계관이 눈길을 끈다. 천지만물이 도(道)를 통해 하나가 된다는 ‘도통위일(道通爲一)’이 그것이다. 장자는 그의 재물론에서 “작은 풀 포기와 큰 기둥, 못 생긴 추녀와 빼어난 미녀, 나무 위를 좋아하는 원숭이와 땅 위에서 자라야 할 꽃 등 천차만별 모든 것이 도를 통해 두루 하나가 된다”며 “나뉘면 곧 허물어질 사물이지만, 결국 도를 통해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장자가 말한 ‘도통위일’의 ‘도’는 ‘IT’와 제법 부합한다. 21세기 IT의 키워드는 ‘정보네트워크’이다. 20세기 IT의 주된 역할이었던 ‘정보처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수많은 정보와 의견을 효율적으로 정리ㆍ집적하기 위해 고민하는 단계를 벗어나 IT를 통해 연결된 세상을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최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 중인 유비쿼터스 사회 구축도 정보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한 IT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IT가 인류에 안긴 최고의 선물은 ‘소통’이다. 다수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네트워크(소통의 길)를 제공했다. 이 같은 소통의 길은 장자가 제시한 ‘도통위일’의 가능성을 높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기쁘게 한다. IT로 만든 소통의 길 위에서 이런저런 생각들, 각양각색 주장들, 이모저모 모습들이 서로 이해를 높이는 가운데 두루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그려보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정해년 한 해, 온 나라가 IT를 통해 상생과 조화를 이루는 ‘IT 통위일(通爲一)’ 을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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