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속의 순항.’ 지난 10월 수출실적은 고유가와 중국경제의 긴축기조 등 악재에도 수출이 탄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무선통신기기ㆍ석유화학ㆍ철강 등 주력상품의 호조로 월간수출액이 사상최고를 기록한 점도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과 환율 급등은 이번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 환율 등 거시변수가 수출 일선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통상 3~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연말 이후 수출탄력세 약화가 우려된다.
우려와 달리 정부는 수출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영주 산업자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지난달 수출은 최근 환율과 고유가 등 수출둔화 우려 속에서도 월간 230억달러에 육박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중국의 금리인상도 오히려 국제유가나 국제원자재가격의 안정에 영향을 줄 경우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나 중국의 금리인상ㆍ긴축 영향 등의 악재들은 다른 긍정적인 요인을 통해 상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원자재나 자본재의 경우 중국 내수보다는 제3국가로의 수출용이 많기 때문에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특히 중국의 긴축은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나 원자재값의 안정을 가져와 물가하락 등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수출 증가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최근 증가율이 떨어지는 통계적 반사 효과가 있을 뿐 수출증가세는 계속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다만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급등세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기업의 수출채산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채산성 악화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들도 위험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수출탄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은 이윤이 줄어든 상태에서라도 물건을 실어낼 수 있겠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수출총량 절대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은 외화수급에 직접 영향을 받지만 급격한 변동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며 수출에도 파장을 미친다”며 “지금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볼 때 1달러당 1,100원 이하면 타격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도 향후 무역수지 관리측면에서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전통적으로 원자재와 부품ㆍ소재 등 자본재를 들여와 가공, 수출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를 투자활성화의 선행지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원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부분이 적지않아 기업의 생산활동으로 연결될 수입증가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출은 지난달에 비해 20억달러 늘어나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으나 무역수지 흑자는 오히려 2억1,000만달러나 줄어든 것이 그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