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미국의 보호주의 파고

미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이의 협상이 좌초된 것에 따른 부작용이 요행히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국 항만 인수권 포기에서 그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논쟁에 휩싸일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난주 DPW는 자사가 확보한 미국 5곳의 항만 운영권을 미국기업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회에 만연해 있는 뿌리깊고 강력한 보호주의 분위기를 감안해 이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는 것을 지혜롭게 피해가려 애썼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이미 오는 11월 재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안보상의 이유로 외국인들이 미국의 기간산업 시설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강력한 법안들을 제출했으며 여기에는 현재 4분의3가량을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항만의 기반시설들과 컨테이너 터미널까지 포함하고 있다. 어쨌든 현재 미국에는 테러리즘에 대한 위협이 엄존해 있는 상황이므로 테러위험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제출한 의원들의 법안은 표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집권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모두 미국 정부의 경제적 개방이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증대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밖에 비쳐질 우려가 있어 심히 우려된다. 지금까지 미국경제가 경상수지 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분명한 이유는 미국이 해외자금의 유입에 관대하고 직접투자까지 적극 환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적 이익은 지금 중대한 위험에 처해졌다. “미국기업들을 위한 법이 따로 있고 그밖의 기업들을 위한 법이 따로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머지않아 아랍세계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미국 경제의 이해관계를 보호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부시는 이번 의회와의 대결에서 실패했고 그만큼 힘도 약해졌으나 여전히 미국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는 미국과 세계를 위해 이미 광범하게 퍼져 있는 ‘경제냐 안보냐’라는 위험천만한 양자택일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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