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철강산업 재편과 세계경제

지난 20일 인도의 타타스틸은 영국ㆍ네덜란드 합작인 코러스(Corus)철강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코러스 인수에 성공하면 타타스틸은 포항제철 턱밑까지 쫓아오는 세계 유수의 철강업체가 된다. 현재 철강 생산량 1위인 미탈스틸(Mittal Steel)과 2위인 아르셀로(Arcelor)의 합병이 내년에 완결되면 세계 철강업계는 1위 아르셀로ㆍ미탈, 2위 신일본제철, 3위 포항제철, 4위 타타스틸, 5위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2002년 합병해 만들어진) JFE 등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번 타타스틸의 코러스 인수는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영국 제조업이 얼마나 쇠퇴했는가를 웅변해주는 사건이다. 코러스는 영국ㆍ네덜란드 합작이지만 영국의 브리티시스틸(British Steel)이 주축이 된 업체이다. 그렇다면 코러스가 타타에 넘어간다는 것은 19세기 영국이 세계경제를 지배할 때 그 상징과 같던 철강산업이 60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로 넘어가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로 치면 삼성이 소니나 마쓰시타를 합병하는 격이다. 브리티시스틸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이던 영국 철강산업이 20세기 들어 쇠퇴의 기미를 보이면서 그를 살리려는 의도로 67년 해럴드 윌슨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일련의 철강업체를 합병한 뒤 국영화하면서 만들어진 회사이다. 그러나 국영화 이후에도 브리티시스틸의 추락은 계속됐고 마거릿 대처 수상은 국영이 문제라며 88년 이 회사를 민영화했다. 그러나 경쟁력을 상실한 브리티시스틸은 민영화 이후에도 쇠락을 계속하던 중 99년 최후의 생존수단으로 네덜란드의 코닌클례케 후고벤스(Koninklijke Hoogovens)와 합병해 세계 9위의 철강업체를 이뤘다. 그러나 대단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다가 결국 이번에 타타스틸에 팔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인도 철강회사가 유럽 철강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ㆍ미탈은 인도 출신의 락시미미탈(Lakshimi Mittal)이 갖고 있는 미탈스틸이 유럽의 아르셀로를 합병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아르셀로가 2001년 프랑스의 유지노(Usinor), 스페인의 아세랄리아(Aceralia), 룩셈부르크의 아베드(Arbed)가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임을 감안하면 이제 영국ㆍ프랑스ㆍ스페인ㆍ네덜란드ㆍ룩셈부르크 등 유럽 5개 나라의 철강산업 대부분이 미탈과 타타라는 인도 회사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또 이번 타타의 코러스 인수가 끝나면 세계 5대 철강업체를 모두 아시아인들이 경영하게 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인도-일본-한국-인도-일본). 국가별 철강 생산량을 봐도 2005년 기준으로 1위인 중국이 3억5,000만톤으로 세계 총생산 11억3,000만톤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2위 일본(1억1,000만톤), 5위 한국(4,800만톤) 등 아시아 3국이 약 6억톤으로 세계의 56%를 차지하는 상황이니(3위 미국이 9,500만톤, 4위 러시아가 6,600만톤), 세계 철강산업은 아시아가 사실상 지배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철강산업은 이제 19세기 같은 하이테크 산업이 아니다. 따라서 아시아가 철강산업을 지배한다는 게 세계경제를 지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은 지난 25년간, 인도는 지난 1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1인당 국민소득(2004년 기준)이 각각 1,290달러와 620달러 수준이다. 게다가 인도는 세계은행에 의해 공식적으로 저소득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은 20여년 만에 사회주의적 절대평등 상태에서 남미에 육박하는 고불평등 사회로 변화하면서 큰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인도는 아직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지만 문맹률이 39%(중국은 9%)인데다 카스트제도까지 겹쳐 있어 경제발전에 따라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인도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철강산업의 재편은 일본ㆍ한국뿐 아니라 중국ㆍ인도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기술력과 재력이 얼마나 커져 세계경제 질서를 바꾸기 시작했는가를 알려준다. 이러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아직도 50년대식 세계관을 가지고 한미 FTA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우리 경제를 미국 경제에 강제통합시키려는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안타깝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