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달러화 급락으로 올해 주요 선진국들간에 ‘환율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달러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 약달러 기조로 경제회복세에 발목이 잡힌 유럽과 일본이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대응책을 펼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통화가치를 둘러싼 선진국간 힘겨루기가 치열해지면서 중국이 위앤화 절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도 올해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시장은 환율을 둘러싼 경제상황이 과거 1ㆍ2차 달러쇼크 당시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71년부터 7년 가량 계속됐던 1차 달러약세시기, 미국의 경상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달러약세에 동의했던 ‘플라자합의’후 85년부터 10년간 이어졌던 2차 달러약세시기 모두 미국에 쌍둥이적자(경상적자+재정적자)가 심화됐다. 특히 올해 미국의 경상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7%로 85년 ‘플라자합의’ 당시의 3% 중반보다도 훨씬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쌍둥이적자 문제가 미국 경제의 암초로 불거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는 달러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달러약세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흐름이자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달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조만간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00엔까지, 유로화에 대해서는 1.4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달러화가 지난해보다 10% 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약세가 미국 경제성장을 지탱하는데는 불가피하다고 해도 이 때문에 일본과 유럽의 경제회복세에는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이 공동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핵심동력인 미국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교역국들의 성장도 저해하지 않는 묘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세계 경제지도자들의 과제가 된 것이다.
환율전쟁에서 가장 주목받고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경상적자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통화가 열쇠”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가했으며 달러약세로 피해를 보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중국에 전방위적인 위앤화 절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교역상대국의 요구에 계속 귀를 막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해 말 국제수지 흑자폭 축소방안을 마련하고 환율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환율제도개선과 위앤화평가절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위앤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기세력이 몰리고 금융시장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중국 정부가 당장 위앤화를 절상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적절한 절상시기를 저울질해왔던 중국이 올 상반기 중 위앤화 재평가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