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설 공연장 줄잇는데 영세극단은 "갈곳 없어요"

대부분 제작사들이 직접 공연장 운영·권리<br>대관보다 자체공연 위주… 소형극단 설자리 잃어


지난 6~8월 대학로 상상블루소극장에서 선보인 연극 ‘최종면접’. 경기침체,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공연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흥행에 성공했다. 객석 점유율은 무려 120%. 70석 규모의 공연장에 20석 가량 보조석까지 설치했다. 연극 초연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제작사는 종영한 뒤 곧 재공연을 준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공연장을 빌리는 게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 결국 재공연은 내년으로 미뤄야 했다. 국내 공연장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대관 사정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신규 공연장을 제작사들이 직접 운영하며 대관보다는 자신들의 작품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기 때문. 이로 인해 영세 극단의 공연과 상업성을 배제한 예술 작품들은 설 자리 조차 없어진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늘어나는 공연장, 쉽지 않은 대관= 서울 시내에 자리 잡은 추억의 영화관들은 속속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종로구 낙원상가에 있던 허리우드 극장은 지난 4월 4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관으로 개조돼 현재 댄스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가 장기 공연중이다. 충무로의 터줏대감이었던 명보극장은 지난달 22일 가람홀(340석), 다온홀(310석), 하람홀(230석) 등 3개관을 갖춘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이 밖에 내년 4월에는 삼성동 무역센터 내에 위치한 700석 규모의 무역문화센터(가칭)도 개관하고, 대학로 동숭아트홀 옆에 960석 규모의 공연장도 건립된다. 이들 신규 공연장들은 모두 공연 제작사들이 운영권을 맡아 관리하거나 할 예정이다. 명보아트센터(구 명보극장)는 뮤지컬 ‘굿바이걸’을 제작한 컴퍼니리준이 운영하고, 무역문화센터는 비언어극 ‘난타’를 만든 PMC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이들 제작사들은 공연장 운영과 관련해 대관보다는 자체 기획 공연 위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보아트센터에서는 뮤지컬 ‘굿바이걸’, ‘마이엔젤’ 등 컴퍼니 리준의 작품이 현재 공연 중이고, 무역문화센터에서는 PMC가 제작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가 공연될 예정이다. ◇한숨 쉬는 영세 극단, 설 자리 잃은 예술 작품= 대학로에 위치한 공연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11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음향과 조명 시설이 제대로 갖춰졌고, 쾌적한 객석과 편리한 이동 공간이 보장된 공연장은 40개도 채 되지 않는다. 동숭아트홀, PMC 자유소극장 등 시설이 좋은 공연장은 대부분 자체 공연 혹은 상업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 영세 극단들은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연장 혹은 공연 감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시설이 열악한 공간에서 작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실정. 한 소형 극단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작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공연 외적인 요인으로 관객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이와 관련 “일부 영세 극단들은 연습실을 소극장으로 개조해 공연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며 “예술성에 기초한 작품들은 공연장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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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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