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김석동의 마지막 숙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사람이라면 끝까지 믿고 그의 운명까지 책임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는다. 때문일까. 이른바 'SD(영문 별칭) 라인'의 얼굴에는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눈물을 흘렸다. 바로 지난해 6월 영어(囹圄)의 몸이 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의 자리를 채우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내 몸의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고 탄식할 정도로 김 전 원장을 아꼈고 파면될 때까지 FIU 원장을 공석으로 남겨 왔다.


사실 김 전 원장의 구속은 지난해 야인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후 가장 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편린(片鱗)이었다. 전임자들이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던 것을 뚝심으로 해결했지만, 구더기의 파편이 난데없이 자신의 오른팔을 향한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수족이 잘리면서까지 이뤄낸 결과물만큼은 누구도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저축銀 구조조정 불구 업무평점 80점

1년 넘는 재임 속 업적이 이처럼 슬픔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에게 80점 이상을 주기 힘들다. 그에게 진정 기대한 또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달 초 세계적 금융 전문지 '더 뱅커'가 내놓은 '글로벌 500대 금융 브랜드'를 보고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국내에서 순위가 가장 높다는 신한금융은 고작 57위고 100위 안에야 KB금융(76위)까지 두 곳에 불과했다. 10년 전 국민ㆍ주택은행이 합병할 당시 자산 규모 60위권이었던 것이 기억에 선한데, 강산이 바뀌었음에도 우리 금융산업은 후진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신한이 1위를 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자랑하는 모습이 씁쓸할 뿐이었다.


우리 금융산업을 이토록 허약한 수준에 머물게 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제도와 교육여건 등 온갖 이유가 있지만, 금융산업을 이끌어온 관료들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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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이 순간 책임론을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기자는 그래도 굳이 김 위원장에게 금융 관료로서의 삶을 갈무리하기 전에 적어도 50위권 안에 드는 곳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싶다. 어떤 이는 비웃듯 되물을 것이다. 저축은행 피해구제법도 막지 못하고 우리금융 민영화도 제대로 하지 못한 터에 무슨 50위권 회사냐고.

그럼에도 우리는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더불어 버젓한 금융회사를 만드는 데 김 위원장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정권 말에 인수합병(M&A)의 추동력을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그러나 그 환경만큼은 어떻게든 구축해야 한다. 최근 다시 불거진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50위권 내 금융회사 만들어야

메가뱅크를 못한다면 '유사 메가뱅크'라도 만들어야 한다. 메가뱅크 필요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하지만, 지금 금융산업은 어떤 형태로든 혁파해야 할 대상이다. 당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자본시장법, 경영구조개선법 등 '3대 법안'처리가 우선이겠지만, 금융회사의 덩치를 이대로 놓고는 그 어떤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

언제까지 외국 자본이 우리의 '돈 핏줄'이 흐르는 은행에서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받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겠는가. 그것도 모자라 매년 1,000억이 넘는 돈을 한국 땅에서 곶감 빼먹듯 빼가는 씨티그룹 회장이 한국 기자들 앞에서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부러운 듯 쳐다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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