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왕년의 제왕' 도요타가 돌아왔다.
최근 수년간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등의 악재를 겪으면서 부진했지만 지난해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올 들어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약진하면서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의 자동차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 4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7만8,04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보다 12% 증가한 것이며 시장점유율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15%로 올라섰다. 유가인상에 힘입어 프리우스의 판매가 두 배 이상 늘었고 신형 캠리도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3만6,820대가 팔렸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118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도요타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자동차 조사기관인 트루카닷컴의 제시 토프락 부사장은 "도요타 고객들이 무척 강한 로열티를 보여주면서 도요타의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요타는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대당 500달러 이상 적은 판촉비용을 지출했다. 자동차 업체들의 평균 판촉비용은 대당 2,446달러에 달하며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3,156달러를 지출했다.
도요타의 미국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는 올해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9개 신규 차종을 포함한 19개의 새로운 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19일에 한 대꼴로 새로운 선수를 투입하는 셈이다.
경영쇄신도 단행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지난달 북미 지역 경영을 통합하고 최고경영진에 시장의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주문했다. 이는 2009~2010년 리콜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반적인 경영실적 또한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최근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3월 종료된 최근 회계연도에 43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30% 늘어난 것이다. 이번 회계연도에는 99억~112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내수시장에서도 도요타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다. 일본 자동차 판매 연합회에 따르면 도요타의 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배 증가한 10만여대를 기록했다. 세제감면 등 일본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었다지만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36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93.7%에 머문 것을 감안하면 도요타의 약진은 더 두드러진다.
도요타의 부활에 다른 메이저 업체들의 경계감은 높아지고 있다. 돈 존슨 GM 미국담당 판매최고 책임자는 "일본 업체들이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판매신장에 대비해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 다른 일본 업체들은 주춤했다. GM은 총 21만3,387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했다. 포드도 17만9,658대를 팔아 5.1% 줄었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20% 이상 늘어났다. 닛산의 경우 전기차인 닛산 리프의 판매가 전년에 비해 35%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판매가 늘지 않았고 혼다는 시빅의 판매감소 영향으로 전체 판매량이 2%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질주하던 현대ㆍ기아차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의 4월 판매대수는 6만2,264대로 지난해 4월에 비해 510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3월에 비해서는 10.7% 줄었다. 주력차종인 쏘나타의 경우 2만521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1,738대에 비해 감소했다. 기아차의 판매량은 4만7,5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겨우 1% 늘었다. 3월 5만7,505대를 판매하면서 월간 단위로 처음 5만대를 돌파했던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현대ㆍ기아차의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