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새수익원 찾자] <5·끝> 갈길먼 銀 자산운용시장 선진화

펀드시장 97년 90兆서 올 207兆로 급성장불구 銀 비중은 쥐꼬리<br>예대마진 의존 영업 여전… 수익중 이자비중이 73%나<br>인력 전문성 제고위한 교육, 성과급 시스템도입등 필요


펀드시장 규모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97년 90조1,37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현재 207조3,660억원을 기록, 배 이상 성장하는 등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이 시장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방대한 지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의 판매 채널 역할을 할 뿐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는 여전하다. 더구나 보험ㆍ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퇴직연금의 가장 기본적인 기록관리회사 선정과 전산시스템 준비에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외형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3%이며 비이자수익에서도 신용카드 수수료 부문이 압도적으로 높아 신탁보수(1.95%), 예금계좌 수수료(4%), 유가증권 이익 및 배당(3.6%), 수익증권 및 방카슈랑스(1.98%) 등 선진형 사업 부문은 수익창출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미국 상업은행의 경우 비이자수익은 전체 은행 수익에서 43%를 차지해 국내 은행권의 2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세계적인 우량 은행들은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에서 균형적인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와 함께 다양한 수익원을 갖추고 있다. 이건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수수료나 유가증권 이익, 방카슈랑스 등을 강화한 포트포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와 치열한 경쟁으로 대출자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영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내 은행권의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예대마진이 2001년 3.33%포인트에서 올 1ㆍ4분기에 3.14%포인트로 하락한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90% 가량을 외국계 투자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은행권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신디케이션(협조융자) 부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PF시장은 2000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99년까지 1조원에도 못 미쳤던 국내 PF시장은 2000년 2조원을 넘어선 후 지난해에는 8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내 PF시장이 최소 연평균 4조~5조원 규모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용국 국민은행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민간자본유치사업(BTL)사업, 환경사업 등 프로젝트금융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며 “이제 해외 프로젝트 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들어 신디케이티드론 시장에서 우리은행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등 국내 은행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에 6건, 총 15억800만달러어치의 신디케이티드론을 주선, 지난해 5위에서 이 부문 1위로 뛰어올랐다. 조흥은행이 4건, 10억7,300만달러로 2위, 산업은행이 10건, 10억3,300만달러로 3위, 국민은행이 8건, 8억7,900만달러로 4위에 오르는 등 상위 1~4위를 국내 은행들이 휩쓸었다. 이는 과거 외국계 은행들이 신디케이티드론 주선 업무를 주도하던 것과 다른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투자금융 업무의 경쟁력은 뛰어난 전문인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고 있다. 업무의 전문성 증진을 위해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우수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성과급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대희 우리은행 IB사업단장은 “IMF 이후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의 업무는 국내 기업에 대한 융자 및 기존 대출관리 등 극히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유가증권 매매 및 주선, M&A 등 다양한 업무에서 외국계 금융기관과 협조 및 지원을 통해 추가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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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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