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동원했던 조세(租稅) 법안들이 무더기로 퇴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조세감면 법안은 정부가 경기회복용 정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신설한 지 1년 만에 폐기되는 등 조세 법안들이 하루살이로 전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부족한 세수(稅收)를 메우기 위해 감면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보다 궁여지책으로 일시 폐기했기 때문으로, 경기가 살아난다는 이유로 너무 조급하게 경기회복용 제도들을 없애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재정경제부와 국회에 따르면 재경위는 최근 며칠 동안 열린 조세법안심사소위에서 경기회복 목적으로 도입했던 조세감면 제도들을 정부의 요청으로 잇따라 퇴출시켰다. 우선 이헌재 전 부총리 재임시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제도’는 신설 1년 만에 없어졌다. 이 제도는 상시근로자 인원이 전년도 근로자 수를 초과한 경우 추가 고용인원 1인당 100만원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하고 고용유지 인원 1인당 50만원을 추가로 법인세 등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제도 도입 후 1,300억원의 세제지원이 직ㆍ간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는 고용증대 인센티브 효과보다 ‘보조금’에 불과하다며 1년 만에 명분을 바꿔 폐지하기로 했다. 기술이전소득과세 특례제도도 없어졌다. 이 제도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 등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양도ㆍ대여할 때 생기는 소득에 대해 법인세 또는 소득세의 50%를 감면해주는 것. 재계는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제도폐지 방침 철회를 건의했지만 세수확보(세입 효과 1,300억원) 논리에 무위로 돌아갔다. 재경위 소위는 이와 함께 해외파견 인턴사원의 해외파견 비용 중 7%를 세액 공제해주는 ‘해외파견비용임시세액공제제도’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 폐지 방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같이 다양한 감면제도들을 없애는 한편 세수가 줄어드는 법안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발의로 제출된 조세감면 법안마저 중장기 과제로 돌려졌다. 이 법안은 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한해 적용되는 R&D 세액공제 방법을 대기업에도 적용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각각 10%씩 인상하는 내용인데, 정부는 세수 감소폭이 1조원을 넘는다며 막판까지 버텼다. 조세 소위에서는 이와 함께 내년부터 20세 미만인 미성년자(청소년)를 세금우대종합저축에 가입할 수 없게 하는 등 각종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볼 수 있는 저축도 무더기로 폐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