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사편찬위원장이 정치인 돼선 안된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햇볕정책이 친북정책"이라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반미정책을 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는 "비판적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사편찬위원장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오죽했으면 여당 의원까지 "고령이고 심야(의 국감)이다 보니 실언이 있을 수 있다"고 변호에 나섰을까.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 정치색이 달라도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역사 연구와 교육을 맡고 있는 기관의 최고책임자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 위치에 있어야 하는 존재다.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발언 등으로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한편에 치우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어느 때보다 언행에 신중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서남수 교육부 장관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역사인식을, 그것도 국감현장에서 표출한 게 과연 적절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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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우리 역사교육은 좌우갈등이라는 심각한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쪽이 기존 방향을 '좌편향 왜곡'으로 몰아가자 다른 쪽에서는 일부 새 검정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라며 헐뜯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객관성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며 물고 뜯는 아수라장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교육현장과 학생들의 혼란으로 직결되고 있다.

유 위원장은 이 난장판을 수습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역사관을 수립해야 할 책임이 있다. 언제까지 학생들을 대립과 갈등의 희생양으로 놓아둘 순 없다. 개인의 정치적ㆍ이념적 성향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 밝힐 일이다. 만성적 이념다툼에서 역사를 구하는 출발점은 여기서부터다. 국사편찬위원장은 더 이상 정치에 끼어들지 말고 본연의 임무부터 제대로 챙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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