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국내무대 평정…LPGA 정조준 신지애

"끊임없는 연습…지금까지 OB 2개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아는 이들은 그의 성공에 의문 부호를 달지 않는다. 그의 엄청난 연습량을 알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 자신 조차 “내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 이유는 나 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끊임 없는 연습과 노력이 타고난 재능 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걸 누가 모르나. 문제는 아무리 수양이 된 사람이라도 오랫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여자 골퍼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즈가 연습으로 PGA투어를 평정한 것처럼, 부단한 노력으로 LPGA를 노리고 있는 여자선수가 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지애다. 신지애는 프로전향 이후 지난해 평균 69.72타를 기록, 골프계를 놀라게 했고 올 들어선 9월말 현재 69.56타로 지난해의 기록을 더욱 끌어내리며 6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신지애의 성취가 우연이 아님을 인정한다. 하지만 신지애는 불과 열아홉의 약관이다. 인생의 쓰고 단맛을 아직 보지 못했을 나이다. 나이 어린 그녀를 추스르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아직 어리지만 이미 성숙한 신지애의 속내를 들춰 보기로 했다. Q: 키작아 불리하지 않나?
A: 플레이 하는데 지장은 없어요 Q: 역전승 많은 이유는?
A: 이젠 첫날 타수 줄이도록 노력해야지요
-5년이 넘도록 공식대회에서 아웃오브바운드(OB)가 두개 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일단 드라이버 샷은 자신이 있어요. OB가 없는 데는 심리적인 요인이 있는 거 같아요. 연습할 때도 OB가 거의 안 나기 때문에 저한테는 그냥 당연한 거예요. 비결을 물으셔도 특별히 말씀드릴 것은 없고 딱히 연습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저는 자질보다는 노력으로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습을 많이 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건 당연하거든요. 그래서 연습을 안 할 수 없어요.” -신프로의 연습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연습라운드는 얼마나 자주 하는 편인가요. “오전 중에는 라운드나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해요. 누구나 마찬가지 겠지만 아침에 집중력이 더 좋기 때문에 선수들은 오전에 쇼트게임을 하는 거지요. 코스 파악을 위해서는 라운드를 하는데 일주일에 4~5회 정도 해요.” -그러면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언제인가요.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았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어요. 물론 레슨도 그 때부터 받았고요.” 직접 만나 본 신지애의 키가 의외로 작아 보였다.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질문이긴 하지만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인터넷 인물검색에는 신장이 156㎝으로 나와있더군요. 키는 다 자란 건가요. “네. 다 자란 거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키에요. 그 이후로는 전혀 크지 않았어요. 그래서 요새는 포기했어요.” -여자 프로 중에서 비거리가 긴 편에 속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은 키가 플레이에 불리한 것은 아니군요. “키가 작아도 플레이하는데 지장은 전혀 없어요. 물론 크면 좋겠지만 사람들이 스윙이 안정적이라고 하더군요.” -2년 연속 상금 왕을 달리고 있는 걸로 아는데 돈은 아버지가 관리하나요. 돈을 벌어서 가장 먼저 산 것은 뭔가요. “2년 연속 상금왕은 하반기 대회가 남아 있어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상금은 아버지가 관리하는데 우승을 하면 용돈을 받기 보다는 ‘카메라 사겠다’, ‘핸드폰 사겠다’고 아버지를 졸랐어요. 그 동안 뭘 샀는지는 생각이 잘 안나는데 그 이유는 우승을 해도 상금을 바로 받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나서야 돈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올 시즌 4승 가운데 3승을 역전으로 일궈냈다고 들었습니다. 역전승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뒷심이 좋다고들 하는데 그렇다고 첫날 스코어가 안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누구든 3일 내내 잘 칠 수는 없잖아요. 아무튼 저는 첫 날 타수(打數)가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첫 날 경기하고 나면 일단 코스 파악이 되니까 둘째 날, 셋째 날에는 스코어가 잘 나와요. 이제부터라도 첫째 날 타수를 줄이도록 노력해야지요” 아무래도 신지애의 성적은 배짱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또래의 여자들에게 일반적인 조바심과 두려움은 남의 얘기 같았다. -골프를 멘탈(Mental) 스포츠라고들 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거세게 추격해 오면 심리적으로 불안하지 않나요. “아무래도 긴장은 되지요. 그렇지만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어요. 그런 상황을 즐기는 편이지요. 어떤 선수들은 갤러리가 많으면 중압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갤러리가 많은 게 오히려 좋아요.” -감정을 조절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교육 받은 게 도움이 됐어요. 그때 심리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토론을 했는데 그 다음부터 내가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신지애 선수가 워낙 잘 치니까 여자 프로들이 ‘신지애가 미국에 가서 안 왔으면 좋겠다’고들 한다는데 여자 선수들 중 가장 부담스런 선수는 누구인가요. “솔직히 만만한 사람이 없어요. 실력은 랭킹으로 드러나는 건데…. 지은희 안선주가 잘하잖아요. 그 두 선수가 신경이 쓰여요.” -연세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출석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지금 1학년이고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있어요. 수업은 최대한 들으려고 하는데 대회가 많다 보니 빼먹기도 해요. 박희영 선수가 학교 선배라서 학사일정 같은걸 물어보는 편이고, 친구들이 도와주고 정보를 주고 그래요.” 이제 프로골퍼가 아닌 열아홉 신지애의 마음 속을 열어 볼 차례다. -미팅은 해봤나요. “시간이 없어서 못해봤어요. 남자친구도 없구요. 언제 생길지는 모르겠어요. 아빠가 항상 옆에 계시기 때문에 사귀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그것 보다 지금은 운동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해요.” -골프는 직업일테고 취미는 뭔가요. “TV보는 것, 음악ㆍ영화감상, 쇼핑 정도예요. 가수는 얼굴 잘 생긴 가수 보다는 노래 잘하는 가수가 좋아요. 마야, 거미, 윤하를 좋아해요. 최근에 영화 ‘화려한 휴가’를 봤는데 슬펐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골프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어머니께서 살아계셨더라도 지금처럼 골프를 잘 쳤을까요. “당연히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힘들었고, 그 이후부터 열심히 치게 된 것은 사실이예요. 그 당시는 어려웠지만 포기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아마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어도 골프는 열심히 쳤을 거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2~3위권은 유지했어요. 물론 돌아가시고 나서 우승을 많이 하긴 했지요.” 프로 골퍼에게 판단력은 중요한 덕목이다. 우드를 들어야 할지, 아이언을 사용해야 할지.순간순간이 판단의 연속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을 바라보는 신지애의 판단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래서 미묘한 부분을 건드려 보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목사라고 들었는데 지난 번 아프간 인질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질사태가 일어났을 때 프랑스 에비앙대회 출전 중이었어요. 그 소식은 CNN을 통해서 처음 알았고요. 뉴스를 보니까 배 목사님이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래서 브리티시오픈 때 검은 리본을 달고 출전했어요. 외국 선수들이 ‘리본을 왜 달았냐?’고 물어보길래 이유를 설명했더니 위로해 주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나라에서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가족들까지 두고 왜 가야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거나 잘 해결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줘서 잘 해결된 것 같아요. 교회는 열심히 다니려고 하는데 일요일에 파이널 라운드가 많다 보니 자주 못 가요. 그래서 아빠는 마지막 라운드를 못 보는 편이지요. 그래도 아빠가 교회에서 기도를 해주셔서 이기는 거 같아요. 외국 나가면 한인 교회 찾아가서 예배를 드려요.” -아버지가 기도해주시면 공이 잘 맞나요. “아빠가 안 보고 계셔서 편한 건지, 기도해 줘서 편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힘이 많이 되지요.” -서울경제 독자 중에는 주말 골퍼들이 많습니다. 주말 골퍼들이 가장 많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대부분 아마추어들은 스윙을 할 때 피니시에서 팔을 뻗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팔을 들어올려요. 공의 위치에서 30㎝만 더 밀어줘도 되는데 강박관념 때문에 임팩트 후에 팔을 들어올리는 거지요. 하지만 임팩트 후에는 밀어줘야지 팔을 들어올려서는 안돼요. 팔을 들어올리면 공에 힘 전달이 안돼서 거리가 짧아지고, 슬라이스가 나게 마련이에요. 오히려 약간 누르는 기분으로 치는 게 좋아요. 체중 이동은 허리만 돌린다고 되는 게 아니고, 골반을 왼쪽으로 밀어야 궤도가 생기는데, 제자리에서 돌리다 보니까 체중이 뒤에 남아 거리가 나질 않는 거지요.” 프로필 ▦키 156cm 혈액형 A형 ▦생년월일 88년 4월생 ▦2005 제23회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 우승 ▦2005 KLPGA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 우승 ▦2005 프로데뷔 ▦2005 코사이도 대만-일본프렌드십 골프토너먼트 우승 ▦2006 제20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우승 ▦2006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신인상, 상금왕, 다승왕, 최소타수상 ▦2007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ANZ레이디스마스터스 준우승 ▦2007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힐스테이트 서경여자오픈 등 6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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