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5일] 중산층과 우리 경제의 미래

최근 들어 한국의 중산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야 각 정당은 서민 생활의 안정과 중산층의 육성을 정책의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사회가 중산층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중산층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고 사회통합을 촉진시켜 갈등비용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에 대한 관심이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의 규모와 이들이 전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들어왔다. 특히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산층의 규모와 소득 비중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산층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경제성장·사회통합의 중심축

그간 정부는 중산층의 비중은 경제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실제 중산층 대책을 특별히 도입하지 않았지만 지난 1990년 초반까지 경제성장에 따라 중산층의 비중이 커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임금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산층의 비중은 급격하게 감소되고 있다. 2003년 이후 6년간 2인 이상 전체 가구 중 중산층의 비중은 60.4%에서 55.5%로 4.9%포인트 감소했다. 중산층은 중위소득(가령 100가구를 소득 순으로 늘어놓을 때 50번째 가구의 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소득을 지닌 가구를 말한다. 한국의 2인 이상 전체 가구를 1,200만 정도라고 생각하면 지난 6년간 약 60만 정도의 중산층 가구가 사라진 것이다.


중산층 가구가 사라진 이유는 소득격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위 임금(가령 100명의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늘어놓을 때 50번째 근로자의 소득) 3분의2 미만인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25.6%에 이를 만큼 고용의 질이 낮다. 임금 근로자 중 임시ㆍ일용직 비중이 42.9%이며 자영업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영세한 자영자의 비중이 73.4%에 달한다. 때문에 중산층 중에서도 중하위권에 속해 있을 이들 취약계층의 소득이 부진하면서 이들 중 일부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그 결과 중산층의 비중이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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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의 비중이 확대되는 게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회가 빈곤층과 상류층 간의 대결로 나타날 때 양자 간의 갈등격화로 교육이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 결과이다. 반대로 중산층이 큰 사회는 정치적 안정과 사회의 투명성 제고, 중요 경제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용이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한국은 비교가 가능한 OECD 21개 국가 중 중산층의 비중이 17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ㆍ미국ㆍ아일랜드ㆍ벨기에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제는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정치사회적 안정과 통합을 위해 중산층 육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겨냥한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력 따른 소득격차 줄여야

미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부통령을 대표로 하는 중산층 특별대책팀을 구성하고 중산층의 소득 증가율이 전체 소득의 증가율과 함께 가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목적의식적 정책을 도입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실업은 중산층 가구를 빈곤층으로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친성장 정책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중산층 감소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학력 등에 따른 비합리적 소득 격차를 줄이고 실업에 대비해 고용보험 증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 그리고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 중산층 육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자녀 양육비 지원과 출산수당 등 가족수당을 늘리기 위한 노력 등이 동시에 경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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