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올 국제유가 33~35弗선 안정"

"주먹구구식 안일한 전망" 비판<br>전문가 "작년 전망 크게 틀려 올해도 못믿어"<br>외국보고서 베끼기 벗고 정보력 확충 시급"

정부가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33~35달러(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본 데 대해 안일한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이후 재상승, 지난 14일 현재 두바이유 기준으로 38.89달러를 기록한 상황에서 연간 30달러 초반 유지는 순전히 ‘희망사항’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유가 전문가들이 내세운 국제유가 전망이 크게 틀려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은 물론 기업들의 경영계획에 큰 차질을 빚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전망도 크게 믿을 수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16일 ‘2005년도 석유수급 전망’에서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33~35달러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를 기준으로 국내 석유 소비는 지난해보다 0.9% 증가한 76억1,600만배럴로 예상했다. 정부의 유가 전망은 겉으로는 석유공사나 한국은행 등 국책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산자부 석유산업과장을 참여시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공식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국제유가가 30달러 초반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고유가에 따라 세계경제의 성장이 둔화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를 근거로 한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가 중동의 정정불안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정책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밑바탕으로 한 것이다. 물론 올해 수치는 지난해 전망 22~24달러보다 10달러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당초 전망을 무색하게 하면서 초고공행진을 한 데 대해 당황했던 정부가 올해는 보다 현실적인 경제운용 계획을 수립한 셈이다. 정부의 유가 전망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인 것은 결국 국제유가 동향을 연구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시설의 부족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 국제유가 전망기관인 석유공사의 경우도 외국의 유명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짜깁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인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한해의 유가 전망을 살펴보면 정부가 국제동향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협의회는 지난해 3월 한국석유공사에서 처음 모였다. 유가가 연초 예상을 크게 빗나가며 급상승하자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았을 때다. 참석자로는 정부를 대표해 산자부 석유산업과장과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이 참석했고 그외 에너지경제연구원ㆍ한국은행ㆍ삼성경제연구소ㆍ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서 관련 연구원들이 의견을 보탰다. 3월26일 첫 회의에서 모아진 예상치는 2ㆍ4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26~28달러대에서 안정된다는 것이었다. OPEC 총회에서 쿼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망과 함께 그 경우 중동이나 베네수엘라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참석자들은 4월에 열린 모임에서도 26~28달러 입장을 고수했으나 5월에 들어서면서 입장이 조금 유연해졌다.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36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동불안이 계속되면 30~35달러, 해소되면 26~28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라크전쟁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고 베네수엘라의 노조파업까지 확산되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했고 OPEC의 잇단 증산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3월 30.78달러(월평균)로 30달러선을 넘은 후 줄곧 급상승, 8월에는 38.45달러까지 육박했다. 8월20일에는 41.3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오일 쇼크 우려까지 나왔다. 정부는 그제서야 국제유가가 경제논리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경제 전문가들이 주로 참석한 협의회에 8월 이후에야 중동정치 전문가와 군사전문가가 포함됐다. 국제유가는 10월 37.99달러, 11월 35.05달러, 12월 34.25달러로 다소 떨어졌다. 지난해 12월11일 열린 협의회에서는 30달러 초반 안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 1월 들어 다시 급상승, 14일 38.89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기자본까지 가세한 국제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정부의 전망에는 오차가 너무 크다”며 “외국 보고서를 베끼는 데서 탈피해 독자적인 정보ㆍ분석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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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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