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임단협의 핵심 쟁점이었던 `노조의 경영참여`와 관련, 노측의 입장을 대폭 수용함에 따라 이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노사 공동 결정 없이는 공장이전이나 정리 해고 등이 불가능하다는데 노사가 합의, 앞으로 2년 후에는 노조의 이사회 참여 등 `노사 공동 경영`에 버금갈 정도로 노조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재계는 이에 따라 노조의 경영 참여 사례가 여타 기업에 확산되지 않도록 재계 공동 대처 방안을 찾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경영 참여` , 노사관계 `새로운 태풍`= 현대차는 지난 4일 협상에서 노조가 요구한 경영참여 방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오는 2005년 협상 때 현대차 노조가 이사회에 일부 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사실상 독일식의 실패한 모델을 따르는 결과”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직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않은 사업장은 물론, 내년 임단협에서도 다른 노조들이 유사한 경영참여 요구를 해올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회사 경영사항에 대한 정보 공개의 수위에 대해서는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경영참여가 내년 노사협상의 태풍으로 등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재계, 우려 속 대책 부심=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노조의 경영참여는 선진적인 노사관계가 아니고 오히려 급변하는 경영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뿐”이라며 “노조의 경영참여 선례가 확산되지 않도록 재계차원에서 공동대처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총 고위 관계자도 “국내 공장의 축소ㆍ폐지와 관련해 노조가 심의ㆍ의결에 참여한다는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며 “이런 내용의 교섭 타결로 향후 회사가 외자유치에 타격을 받는 등 경영이 상당한 난관에 부딪힐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여타 기업들의 우려도 속속 나오고 있다. LG, SK, 한화 등 대기업들은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현대차의 이번 합의에 별도의 논평을 내놓는 것을 일단 꺼려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 임단협 협상에서 이번 합의가 노조측에 어떤 제안을 들고 나올 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경영참여와 노사협력은 구분돼야 한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효율성이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