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전쟁 운운하지 말라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열강들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치열한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 북한에서는 2차 핵실험 징후까지 포착되면서 긴장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과 정부 사이에도 대북지원을 두고 이견이 상당한 듯하고, 또 대북 제재의 중심인 미국이 금강산 관광을 북에 대한 ‘현금지원’으로 문제 삼으면서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야당 의원들의 전쟁불사 발언이 잇따라 터졌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지전을 감수하더라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17일에는 같은 당 송영선 의원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고 국정감사장에서 밝혔다. 당장 이 발언은 여야 공방을 촉발시켰다. 열린우리당은 이 발언에 대해 ‘망언’으로 규정하고 공격에 나섰고 한나라당도 정부여당이 ‘스톡홀롬 신드롬’(은행강도에 동정을 느끼고 자신을 구출하려는 경찰을 두려워하는 증후)에 빠져 ‘신(新)안보장사’를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북 핵실험 사태 이후 여야간에 합의한 초당적 대처 다짐이 일순간에 휴지조각이 되는 순간이었다. 위기국면에서는 국가든 조직이든 그 본모습과 허점이 드러난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참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북한 핵과 관련된 위기가 고조되고 또 어떤 형태든 군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면 1차적인 피해자는 주변 관련국가가 아닌 우리 민초들이다. 역사를 거슬러 멀리 갈 필요도 없다. 100여년 전 재래식 무기로 싸웠던 청일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청나라도 일본도 아니고 전쟁 장소를 제공했던 조선이었다.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우리 국민들은 차분하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북 핵실험에 따른 위기가 우려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분단 50여년 동안 체험으로 익혀온 위기대응법이다. 가장 큰 전제는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위기는 내부통합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또 한번의 기회가 되기도 하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이 같은 위기대응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상부구조인 정치시스템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 운운하지 말고 좀더 성숙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기를 당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