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로 가는 '한국형 原電'] (하) 부족한 2%를 채워라

원전업계 공조 교섭력 강화…독자기술 확보도 서둘러야<br>한전 발전부문 분리 대외교섭력 떨어져<br>설계코드·계측장치 원천기술 확보 못해


지속적인 원전 운영과 기술개발로 한국은 원전 강국 중 하나로 부상했지만 원전 수출이 활짝 꽃을 피우려면 대외교섭력, 독자기술 확보 등 부족한 ‘2%’를 채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기를 맡아 미국ㆍ프랑스ㆍ일본ㆍ러시아 등 전통적 원전 강국들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어 한국형 원전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원전 각 부문을 맡고 있는 공기업ㆍ민간기업ㆍ연구원 등이 팀워크를 강화해 교섭력과 기술력 증대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팀워크 강화로 교섭력 키워야=한국전력을 필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ㆍ두산중공업 등 국내 원전업계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GE, 프랑스 아레바와 알스톰, 일본 도시바와 미쓰비시중공업, 러시아 ROSAROM, 캐나다 AECL 등 세계 원전업계 전통의 강자들과 경쟁하고 있다.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최근까지 원전 확대를 꾸준히 추진, 최신 기술 및 운영 노하우 등에서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원전 수주 과정에서는 경제ㆍ기술적 요소뿐 아니라 정치ㆍ외교적 역학관계도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미국ㆍ프랑스ㆍ러시아 등 강대국 업체들이 세계 원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의 도시바가 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함에 따라 향후 일본계 원전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와 국내 원전업계의 파트너십을 무너뜨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역량은 오히려 분산되는 양상이다. 한전의 발전 부문이 지난 2001년 분리돼 한수원이 원전 발주와 건설ㆍ운영을 독점하며 기술력을 쌓아왔지만 대외교섭력 부문은 취약해졌다. 마케팅이나 협상을 주도할 우수 인력은 본사에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수원의 브랜드 파워가 한전에 비해 크게 약해 대외교섭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한전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외교섭 창구를 본사로 최근 일원화했으나 시너지가 제대로 창출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 분할로 해외 고객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으며 한수원이 국내 독점에 안주한 측면도 많다”며 “한전과 산하에 원전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들이 정보공유와 대외적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자기술 확보 투자 확대돼야=원전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상호협력 및 보완관계를 활용, 원천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독자적 기술력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다. 원전 도입국이 기술이전을 요구하면 웨스팅하우스의 사전동의가 필수인데 일본계로 넘어간 웨스팅하우스가 언제까지 우호적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설계코드, 원전 제어계측장치, 원자로냉각재펌프 등의 원천기술은 아직 기술자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세계적인 원전 붐에 기대 막연히 수요증가를 믿고 원전 수출을 추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원전업계의 한 유력전문지는 오는 2020년까지 매년 12~14기의 원전이 신규 건설돼 원전 공급에 병목현상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매년 발주 원전이 6~7기에 불과할 것”이라며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의 연구개발(R&D) 투자비는 연간 3,200억원가량으로 전체 투자비의 3%대에 불과하고 사정은 두산중공업이나 한수원도 비슷하다. 기술력 강화에 있어서도 원자력연구원과 학자 등 과학계와 한전ㆍ두산중공업ㆍ한수원 등 산업계가 제대로 시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박창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과학계와 산업계가 각자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원전 독자기술 확보를 위해 더욱 투자를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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