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을 하는 이유는 돈을 따는 것 자체보다는 딴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사람보다 가진 게 적은 사람들이 도박에 더 강한 유혹을 느끼는 이유도 돈을 따면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에 빠진 사람 가운데 47%가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이하의 서민들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도박에서 돈을 따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도박에 빠지는 것은 언젠가는 한방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야바위꾼이든, 게임업자든 도박판을 벌이고 호객하는 사람들은 이런 심리를 꿰뚫는다.
서민들 '바다'에 빠뜨려 힘들게해
마약과 마찬가지로 도박만큼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가진 것을 모두 잃을 때까지 몰두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영혼까지도 피폐시킨다. 도박에서 얻는 것은 한탕주의에 대한 환상일 뿐이다. 한탕주의는 일할 맛을 잃게 한다. 일을 해도 정신은 온통 노름판에 가 있다. 일의 능률이 제대로 오를 리도 없다. 도박의 폐해는 이루 열거하기 어렵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바다이야기'는 서민들의 고혈을 빨았다. ‘바다’에 빼앗긴 돈만 6조원이 넘는다. 그 가운데 5조원을 야바위꾼이나 다름없는 게임업자들이 챙겼다. 참여정부가 진정 서민들을 위한 정부라고 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 서민들의 고혈을 빠는 도박은 엄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가는 물론 산간ㆍ도서벽지까지 도박판이 벌어질 정도인데도 몰랐다니 국가의 의무와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 정부인지 모르겠다. 뒤늦게 국무총리가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이미 깨진 독이요, 엎지러진 물이다. 몇 마디의 사과로 닦아질 서민들의 피눈물이 아니다.
되돌아보면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펴겠다는 참여정부의 약속은 빈말이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야바위꾼들이 그럴싸한 말로 고객의 호주머니를 털어갔다면 참여정부는 분배정의를 외쳤지만 결과는 백성들의 호주머니만 더욱 얄팍하게 하고 말았다. 그럴듯한 말에 넘어가 새로운 세상이 올 것처럼 기대했던 서민들은 이제 실망과 체념의 단계를 넘어 분노하고 있다. 당장은 어려워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으면 되는데 그럴 기미는 없다.
나라 꼴은 자꾸 쪼그라들고 있다. 재작년 인도에 10위 자리를 내준 경제랭킹이 지난해에는 브라질에도 밀려 12위로 주저앉았다. 늘어나는 나라빚은 겁이 날 정도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3년 166조이던 국가채무는 2004년 203조원, 2005년에는 239조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280조원, 내년에는 3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분배복지를 강화한다고 하는데도 서민들의 형편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빚은 가구당 3,412만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날로 벌어지는 소득계층간 빈부격차는 양극화해소의 구호가 무색하다. 강남 집값을 확 끌어내리겠다고 추진했던 판교신도시는 오히려 분양가만 올려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백번 양보해도 서민들을 위한 정부라는 말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경제회생 전력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바다이야기'가 나오자 “도둑이 들려니 개도 짖지 않는다”고 했다. 방비는 철저했는데 개가 짖지 않은 때문으로 들린다. 개를 탓하기 전에 도둑이 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대비했는지, 평소에 개 짖는 소리가 싫다며 짖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닌지, 우리 집 개가 짖지 않으면 옆집 개라도 짖게 해야 하는데 옆집 개에 재갈을 물린 것은 아닌지 자신의 불찰을 되돌아봤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진정 서민을 위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성찰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답은 바로 문제에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읽으면 답은 금방 나온다. 경제가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괜찮다고 한다. 얼마만큼 더 어려워져야 문제를 풀지 걱정이다. 경제만큼은 개가 짖지 않았다고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