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시험 응시자격을 제한한 개정법을 잘못 적용한 국가 때문에 면허를 따고도 1년 반 이상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 그 동안의 수입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노만경 부장판사)는 순천대 한약자원학과를 졸업한 김모씨 등 8명이 "한약사면허증을 뒤늦게 교부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총 7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한약학과 졸업'이란 새로운 응시자격 요건을 정한 개정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기 전에 이미‘한약자원학과’를 졸업한 이들이기 때문에 한약사 자격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행정소송을 거쳐 피고들이 응시자격을 얻어 시험에 합격했는데도 국가는 소송이 진행 중이란 이유로 자격증 발급을 미루다 패소가 확정된 2007년 12월에서야 교부했다"며 "피고들은 길게는 45개월 22일, 짧게는 33개월 15일 동안 한약사로서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4~2005년 한약사의 월수입을 기초로 손해액을 산정한 후 300만원의 위자료를 함께 배상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약사법 시행령은 지난 1997년, 한약학과 졸업생에게만 응시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이전에는 한약 관련 필수과목 등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모두 시험을 칠 수 있었다.
1997년도 순천대 한약자원학과에 입학한 18명의 학생들은 입학연도에 개정된 법규에 따라 자격시험에 응할 수 없게 되자 2003년 행정소송을 내 4년이 지난 뒤에야 “응시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원고 김씨 등은 2003년의 행정소송과 함께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2004년 또는 2005년도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난 2007년까지 국가가 면허증 교부를 발급하지 않자, 손해를 입었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