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름유출 사고 1년… 태안을 가다

관광객 발길 뜸해 시름만…<br>관광수입 20%로 줄고 굴값 작년의 절반 그쳐<br>꽃게 풍년불구 기름값 올라 조업 엄두도 못내<br>"보상금·방제활동비 여태껏 지급안돼 답답해요"

기름유출사고 1년을 맞은 태안지역 주민들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보상과 뚝 떨어진 관광객, 조업비용의 증가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꾸리고 있고 시름은 커져만 간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 관리2리 주민들이 겉굴을 까는 모습.

“태안 주민과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만리포해수욕장이 과거와 같이 깨끗해졌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텅 빈 만리포해수욕장을 보면 앞날이 캄캄할 뿐이다.” 11월30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 이 마을 이희열(59) 이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생활환경에 답답함을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2007년 12월7일.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 사고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35년 동안 배를 탔다는 선주 정온영(65ㆍ태안군 소원면)씨는 “남들은 꽃게 풍년이라 어민들 생활이 좀 좋아졌겠구나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기름값ㆍ인건비는 껑충 뛰었고 고기잡이를 위해서는 먼바다까지 나가야만 해 비용은 지난해 대비 4배 늘었다”고 실상을 토로했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만리포해수욕장앞 A횟집에서 일하는 조유순(45)씨는 “요즘 손님이 하루에 한두팀밖에 없다”며 “사고 이전에는 3~4명의 종업원이 일했는데 이제는 혼자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지역 대부분의 굴양식장이 철거됐지만 그래도 피해가 적어 올해 굴 채취작업을 벌이고 있는 태안군 이원면 관리2리의 음포해수욕장. 10여명의 주민들이 양식장에서 채취한 굴을 트럭에 옮겨 싣고 있고 다른 5~6명의 주민들은 굴을 까기에 여념이 없다. 안두환(62) 이 마을 이장은 “지난해 수확하지 못해 올해 수확물량이 배로 늘었으나 지난해 1.3톤당 35만원하던 겉굴값이 18만원에 그쳐 가구당 월 50만~60만원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기름사고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이라는 이유로 사는 사람도 거의 없어 속만 탄다”고 하소연한다. 다행히 관리2리에서 수확한 굴이 많아 이웃 마을인 소원면 의항2리 20가구와 원북면 신두2ㆍ3리 40가구 주민들은 10일치 일거리를 확보했다. 의항2리와 신두2ㆍ3리 주민들은 관리2리에서 겉굴을 사오고 이를 까 알굴로 판매해 일당 3~4만원의 벌이를 하고 있는 것. 이충경 의항2리 어촌계장은 “의항2리 굴양식장은 기름피해를 입어 모두 철거된 상태”라며 “언제쯤 굴양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고 1년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들은 지금까지 보상금을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 태안지역 피해 신고 건수는 2만6,000여건. 그러나 보상청구 건수는 고작 700여건. 맨손어업 종사자 등 피해를 입증할 자료가 없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방안을 놓고 논란이 커 피해대책위원회가 선뜻 보상청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보상 청구한 건에 대해 국제기금(IOPC)의 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실제 보상이 언제 이뤄질지 주민들은 답답하기만하다. 방제활동 인건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것도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3월부터 6월까지의 방제인건비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한진 태안군 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 사무국장은 “올해 관광수입은 지난해 대비 20% 수준에 머물렀고 9월 재개된 어로행위는 기름값 폭등 등으로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며 “신속한 보상과 함께 피해지역 주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달진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지원과 과장은 “내년 말이나 돼야 피해보상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피해 주민들의 고통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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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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