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1일] 제자리 맴도는 해외건설 활성화 방안

"해외건설 5대 강국이요? 정부가 3년 전에 이미 발표한 목표였고 지원방안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대형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해외건설 활성화 방안이 형식적 구호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은 요원한 것이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듣고 예전 자료를 찾아봤다. 국토해양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지난 2008년 1월에 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사상 최대 호황 해외건설, 2010년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이었다. 당시 건교부는 우리 기업의 수주 경쟁력과 고유가 등의 세계 건설시장 호재를 감안할 때 향후 3~4년간 안정적인 수주가 예상된다며 201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8% 이상 달성, 세계 5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국토부가 9일 제35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한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을 위한 과제'라는 내용은 당시 자료의 판박이다. 해외수주 목표치만 상향 조정됐을뿐 세계시장 점유율이나 정부의 지원방안은 거의 그대로다. 오히려 5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 시기는 당초보다 4년이나 늦춰졌다. 정부는 이번에 건설업체들의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조달 능력, 기술력, 인력, 정보력 등 4개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당시에도 주력 지원방안으로 거론됐던 것들이다. 포장만 요란했지 구체적인 방향이나 내용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해외수주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정부는 뭐하고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5년 연속 사상 최대라는 수주실적에 고무돼 해외건설의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다 보면 질적 성장은 영원히 머나먼 길이 될 것이고 질적 성장에 주력하다 보면 양적 확대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지금은 질적 성장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데 정부 지원의 초점을 맞추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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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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