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고성능 백금촉매 양산 '나노틀' 개발

'다공성 실리카' 기존 틀보다 우수한 물질제조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유룡 교수는 성능 좋은 '붕어빵 틀'을 만들었다. 보통의 붕어빵 틀이 한 번에 10~20개 밖에 찍어내지 못하지만 유 교수 것은 수 십 만개씩 만들어낸다. 유 교수가 만들어내는 붕어빵은 보통의 것과 다르다. 너무 작아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성능 좋은 현미경을 사용하면 그제서야 조그만 점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분자 몇 개를 모아놓은 크기. 직경이 몇 나노미터(Nanoㆍ1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유 교수가 만든 붕어빵 틀은 흔히 '나노 틀'이라고 불린다. 벽돌을 찍어내는 '거푸집'과도 흡사하다. 이 나노 틀은 재질도 모양도 다른 갖가지 것들을 찍어낸다. 막대기처럼 생긴 것도 있고 나뭇가지나 그물, 파이프처럼 속이 빈 것도 있다. 나노 틀의 이름은 '다공성 실리카물질'이다. 다공성 실리카 물질로 만드는 것 가운데 유용한 것이 백금촉매. 백금촉매는 연료전지와 같은 차세대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황금보다 비싸다는 게 백금이다. 적게 쓰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크기로 만든다면 가장 경제적일 것이다. 유 교수가 만든 다공성 실리카 물질은 이전에 사용하던 틀보다 10배나 성능이 좋은 백금촉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백금 촉매는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넓고, 작게 만들었을 때 생기는 요술효과가 더해져 나타난 결과다. 요술현상은 나노미터 수준의 극미세 영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성질. 유 교수는 다공성 실리카 물질을 만들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그가 사용한 물질은 세제(洗劑ㆍ계면활성제)의 주성분인 제올라이트'. 제올라이트는 속이 텅 비어 있는 지렁이처럼 생겼다. 이를 '마이셀(Micell)'이라고 부른다. 제올라이트 용액에 규소산화물(실리카)을 녹인 용액을 섞으면 마이셀 바깥에 규소 이온이 들러 붙는다. 이후 열을 가해 마이셀만 태워버리면 속이 텅 빈 실리카만 남게 된다. 실리카가 냄새나 물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표면에 무수하게 뚫려 있는 구멍이 이 같은 역할을 한다. 보통의 실리카는 분말형태인데다 결정구조도 일정하지 않다. 구멍의 크기도 들쭉날쭉하다. 반면 유 교수가 만든 실리카 물질은 일반적인 실리카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결정구조가 일정하다. 제조공정이 달라 단결정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때문에 구멍 크기가 일정하다. 같은 모양의 붕어빵을 찍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유교수는 또 실리카 속의 규소원자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결정구조도 정확하게 해석해 냈다. 구조를 알게 되면 원하는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유 교수는 실리카를 탄소로 대체하는데 도전했다. 탄소 단결정은 실리카보다 훨씬 강해 이용분야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첫 걸음을 떼자 다음 걸음에 자신감이 붙은 터였다. 유 교수는 탄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설탕을 써 보기로 했다. 설탕용액과 계면활성제를 섞은 뒤 열을 가하는 방법을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 교수는 고민 끝에 물기를 빼앗는 성질이 뛰어난 황산을 써보기로 했다. 설탕용액에 황산을 조금 넣고 가열하자 고르게 잘 탔다. 실험은 대성공. 섭씨 100도에서 서서히 까맣게 변하던 설탕이 600도가 넘어서자 실리카는 모두 타버리고 탄소만 남았다. 이렇게 해서 유 교수는 나노미터 크기의 탄소막대기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연구를 거듭 구멍 뚫린 탄소막대기를 만들었고 '탄소 나노 파이프'라는 이름을 붙여 전세계 과학자에게 소개했다. 유 교수는 지난해 실리카 다공성 물질을 만들어 '네이처' 커버스토리로 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탄소나노파이프에 관한 논문을 하일라이트로 발표하는 영광을 안았다. 네이처 커버스토리 장식과 2년 연속 논문발표는 국내 과학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약력 ▲55년 생 ▲77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 ▲79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화학과 박사 ▲85~86년 U. C. 버클리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 ▲86~90년 한국과학기술대학 화학과 조교수 ▲90년~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 ▲2001~ 기능성 나노물질연구단 단장 ▲대한화학회ㆍ한국화학공학회ㆍ한국공업화학회 종신회원 ▲2002년 제 3차 국제메조구조물질학회 조직위원장(예정) ▲2000년 대한화학회 '우수논문상' ▲2001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우수논문상', 한국과학기술원 '학술대상' ▲안정숙 씨와 1남 1여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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