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동료 일자리냐… 보너스냐… 당신의 선택은


"네가 1,000유로를 포기한다면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어. 날 위해 투표해줄래?"

누군가 이렇게 물을 때 당신은 과연 1,000유로(한화 약 135만원)를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당신의 벌이가 좋다면 다행이겠지만, 1만~2만원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정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돈 대신 동료를 택할 수 있을까. 반대로 만약 동료들이 돈 때문에 당신의 일자리를 없앤다면 어떨까. 당신 한 명만 손해를 보면 수 많은 동료들이 이익을 본다며 희생을 요구할 때, 과연 당신은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가.


칸이 사랑하는 거장 다르덴 형제의 새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원제 Two days, one night)'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우울증으로 휴직을 했지만 어느 정도 회복해 복직하려 했던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직장 동료들이 1,000유로의 보너스를 받는 대신 자신을 해고하는데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드라는 크게 절망하지만 자신을 지지하는 동료와 남편의 도움으로 다음 주 월요일 재투표 기회를 얻게 되고, 남은 시간 동안 16명의 동료를 한 명 한 명 만나 자신에게 투표해주기를 설득하기로 한다. 이런 산드라의 이틀간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영화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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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거의 모든 대사와 장면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지루하기보다 긴장감이 넘치는데, 동료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보너스를 택한 동료도 분명 있었지만, 대부분은 '돈이 필요하다'는 각자의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선택을 했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결국 그들 자신의 문제이며, 누구도 그 선택을 비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마리앙 꼬띠아르의 연기는 영화에서 매우 중요했다. 관객들이 산드라에 좀 더 감정이입하고, 산드라의 싸움을 응원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80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그녀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절망에 휘청이는 연약함은 물론 동료들의 배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결코 그들을 비난하지 않으려는 심지 곧은 모습까지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과 응원을 끌어낸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실제로 대답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당신이 산드라 혹은 그녀의 동료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순간, 그녀의 표정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제 목적을 정확하게 달성한다. 내년 1월 1일 개봉. /김경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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