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부산에서 13일 동시에 발표된 부산지역 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은 정부가 동원가능한 지원대책과 삼성측에 요구할 수 있는 사항들을 총망라하고 있다.그러나 동남은행 퇴출-종금사 폐쇄-삼성자동차 가동중단 등으로 피폐해진 부산지역의 정서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날 발표된 대책의 대부분은 이미 발표됐거나 협의가 진행중이어서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다 무엇보다도 현안인 삼성자동차 처리에 대한 원칙이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 협력업체 손실보상은 삼성이 책임= 정부의 삼성자동차 협력업체 처리원칙은 단호하다. 협력업체의 손실보상 문제는 전적으로 삼성의 책임아래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출연한 사재는 협력업체의 경영안정에 우선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덕구(鄭德龜)산자부장관은 이같은 처리 원칙을 재확인하며 『정부로서는 협력업체에 대한 세제, 금융, 고용유지 지원금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약 3,000∼4,000억원을 투자해 녹산공단에 10만여평규모의 가전공단을 세우고 에어컨, 세탁기, 전자레인지등 백색가전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삼성전기의 녹산공단내 자동차용 전장부품 공장을 이동통신기기용 부품 및 첨단소재부품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삼성전관은 완전평면 브라운관, 플라즈마 디스플에이 패널(PDP)등 차세대 TV용 브라운관을 경남 울주군 가천공장에서 생산하는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까지 1,060억원을 투입해 삼성전기가 자동차부품 사업장에 첨단 이동통신부품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것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올 10월부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다층인쇄회로기판(MCB)등 첨단 전자부품을 양산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부산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 대책= 정부는 고용창출효과가 크고 신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고부가기차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신발, 전자, 중소조선및 기자재 산업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신발왕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부산지역 신발산업 육성방안을 조기에 확정해 2003년까지 4개년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녹산공단내에 3만7,000평규모의 신발전용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조선기자재 국산화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내년까지 25개업체에 50억원의 예산을 최우선 지원하고 중소조선 생산자동화 공장을 설립해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수원과 광주의 강력 반발을 무시하고 삼성이 약속한 가전공장의 부산이전과 녹산공단내 전자부품단지 생산시설 건설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커가고 있는 부산지역의 정서를 감안한 정부의 배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또 가덕도 신항만 건설 1단계 사업 계획을 수정해 2008년이후 완공을 1년 6개월 앞당겨 2006년7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와함께 수도권공장의 부산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크게 확대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에 있는 공장이 녹산공단, 신평·장림공단으로 이전할 때만 세제 혜택을 줬으나, 명지국가산업단지, 부산과학지방산업단지, 신호지방산업단지, 부산정보단지, 부산농공단지로 공장을 옮길 때도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반응 냉담 = 12일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역의 반응은 차갑게 나타났다.
김명수(金明守)부산상의 조사연구팀장은 『가덕도 신항만 건설 1단계를 조기 완공한다는 것은 (주)부산신항만에서 이미 발표한 사항이고 신발전용단지 조성과 조선기자재 산업지원문제도 이미 정부가 지원을 약속했거나 협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서세욱(徐世旭)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예산확보대책도 명시되지 않은 이날 대책은 민심수습을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