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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 빨간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 구석구석을 살피며 걷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통역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는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소속 안내원들이다.
서울시와 서울시 관광협회는 명동ㆍ북촌ㆍ인사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역 8곳에 외국어 실력을 갖춘 안내원들을 배치해 외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지원해주고 있다. 2009년부터 활동한 이들은 이제 외국인들에게 서울을 알리는 얼굴로 자리잡았다.
장영숙 일본어 안내팀장은 “제가 서울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에서 도움을 준 외국인 관광객이 매달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효과가 크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날 안내원의 도움으로 경복궁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요코노(44)씨는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받아본 적은 없다. 정말 대단하다”며 엄지 손가락을 펴 보였다.
발로 뛰며 서울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충이 있다. 서울시와 시 관광협회의 계약기간이 3년으로 한정돼 있어 항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에 대한 자부심은 크죠. 하지만 고용이 불안해 기회가 생기면 떠나려고 하죠.”
통역안내원들은 하루 평균 2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한다. 월 급여는 170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원하면 3년 내에서 계약 연장이 가능하지만 평균 근속 연수는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다른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면 떠나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구본상 서울시 관광과 과장은 “서울시 관광협회 입장에서도 3년 후 계약 연장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약직 직원을 고용하는 것 같다”며 “(고용조건 개선은) 결국 예산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