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뉴스를 만들지 않는 대통령

권구찬 기자 <정치부>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 중 ‘동포간담회’는 기자들에게는 ‘공포간담회’로 통한다. 노 대통령이 동포간담회에서 국내 정치 현안은 물론 외교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자주하기 때문이다. 폭탄 발언은 아니더라도 늘 뉴스가 될 만한 메시지가 나왔다. 북핵 위기와 관련해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람 때문에 힘들다’(4월 이스탄불) ‘북한,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4월 베를린) 등이 동포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9일(한국시간) 해외 순방의 첫번째 행사인 멕시코시티 동포간담회에서 일절 ‘뉴스’를 만들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멕시코 이민 100주년을 맞아 어려운 여건에서도 삶의 터전을 일군 교포들을 위로, 격려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굳이 국내 현안 발언을 꼽는다면 ‘우리 국내에서는 독립운동하신 분의 후손들이 대게 살기가 너무 어렵고 그래서 성공을 못했다’ 정도다. 앞서 노 대통령은 특별기 기내에서 가진 즉석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순방 기간 중 가급적 큰 뉴스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혀 해외 순방 기간 중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동포간담회 조심하겠다. 여기서(동포간담회)만 사고 안 나면 되니까…”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언제나 ‘뉴스’가 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던지는 무거움은 여느 정치인ㆍ당국자와 다를 수밖에 없다. 정국을 흔들고 있는 ‘대연정’도 노 대통령의 말에서부터 시작됐다. 대연정 구상은 ‘장기 집권 시나리오’라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지역구도를 타파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대연정에 집착하는 노 대통령의 진실성은 이제 어느 정도 국민에게 각인된 듯하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들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국가 수반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 또한 여전하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으로 다른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혹시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민심을 꼭 따라가야 하느냐’고 했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뉴스 메이커’가 되는 것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 민심을 끌고 가려는 대통령보다 민심을 듣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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