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27일] 印尼 진출 기업의 몸부림

얼마 전 출장길에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를 찾았더니 곳곳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중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현지 봉제업체나 철강업체 등의 경우 올해부터 중국과의 FTA가 본격 발효되면 중국의 저가제품이 밀려들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에서 만난 국내 업체들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0년대 초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의 한 생활용품 업체는 요즘 금빛을 입힌 멤버십카드를 새로 도입하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다시 정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중국과의 한판 승부를 우려하며 잔뜩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완구업체 주재원은 고급화 전략을 동원하기 위해 자카르타 시내의 유명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루 종일 백화점 관계자를 만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라고 전했다. 현지 진출업체들은 높은 품질과 고객관리 서비스로 입지를 다져놓아야만 중국산 저가제품이 몰려와도 기존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인도네시아를 벗어나 또 어디로 옮겨야 하느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려오기도 했다. 일찍이 가격 경쟁력 하나를 기대하고 찾아온 우리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제 중국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글로벌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 전통제조 산업은 그동안 인건비가 싼 곳을 찾아 중남미ㆍ중국ㆍ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시설을 옮겨 다녔다. 지금도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생산 후보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싼 인건비가 중요한 기업 경쟁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연구개발(R&D)과 서비스, 품질 등 가격 외 요인들에 자유로운 '사각지역'은 점점 더 사라지는 듯 보인다. 어디서 생산을 하든, 가격은 반쪽 경쟁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현지 기업들은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