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10월 6일] 월가 금융위기의 교훈

지난주 7,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미국 구제금융법안이 많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 상ㆍ하원을 통과함으로써 이제 월가의 금융위기는 마침내 그 해결점을 찾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원래 3쪽으로 시작된 이 법안은 예기치 않은 하원의 부결로 다우지수가 사상 최대인 778포인트 하락하는 등의 위기감 속에서 다시 필요한 찬성표를 모으기 위해 450쪽으로 늘어났다. 이 법안에는 예금보험액 한도를 개인당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인상하고 미국 은행들이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는 지불준비금(reserve deposits)에 처음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조항 등 미국 금융 교과서들을 바꿀 가히 획기적인 내용들도 들어 있다. 1년여 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월가의 금융위기는 세계최대 보험회사인 AIG와 패니매ㆍ프레디맥의 긴급 정부구조,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 미국 5대 투자은행의 종말로 미국 금융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많은 전문가, 정치인, 언론에서는 월가의 탐욕을 이번 금융위기의 첫번째 주범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에 투자은행으로서의 독자적 생존에 위협을 느껴 은행 지주회사로 갑자기 탈바꿈한 대표적 월가 투자은행이었던 골드만삭스의 회장 연봉이 지난해 거의 7,0000만달러 (약 840억원)였으니 이런 비난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보다 이번 금융위기를 야기시킨 미국 금융기관들의 투기적 행태를 규제하고 감시해야 할 정부 감독기관들의 직무유기를 먼저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은행을 위시한 사기업들이 항상 이익극대화를 추구하기 마련이므로 그 과정에서 있게 마련인 불법적 행동이나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투기적 거래들을 늘 감시하고 규제하기 위해 정부 감독기관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전근대적인 미국 금융감독체계의 실패에 있다. 통합된 금융감독체계를 갖춘 한국이나 영국ㆍ일본과는 달리 미국의 금융감독 시스템은 여러 기관으로 분리돼 있다. 일반 상업은행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재무성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3개 기관이 각각 맡고 있다. 투자은행은 증권거래위원회(SEC), 파생상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담당한다. 보험회사 감독은 주정부의 몫이다. 금융위기의 주된 책임은 그중에도 투자은행 감독 기관인 SEC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4년 4월 SEC는 5대 월가 투자은행들의 특별 요구를 받아드려 자기자본비율을 대폭 완화시켜줬다. 그 결과 평균 10대1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한 상업은행들과는 달리 미국 5대 투자은행들은 약 30대1의 자기자본비율로 서브프라임 채권 등 고위험ㆍ고수익 투기성 채권에 투자한 결과 오늘의 파국에 이르게 됐다. 또 자산을 장부 처리할 때 현재 시점의 시장가격을 반영하는 이른바 ‘시가반영(mark-to-market)’ 회계제도는 금융위기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그러므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9월부터 이 회계 제도를 잠시 중단시켰어야 하는데 SEC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주에야 이 회계제도를 완화시켰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씨티은행 등 대형 상업은행들도 콘듀이츠(Conduits)와 구조화전문회사(SIV) 등 독립된 페이퍼 컴퍼니들을 설립해 자산담보부증권(CDO)이나 서브프라임 채권 등 고수익ㆍ고위험 상품들에 투자할 때에 이들 자산을 장부외 자산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은행 장부 속으로 통합시킴으로써 10대1일의 자기자본비율을 회피하는 것을 예방했어야 했다. 또 연방보험감독 기관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 AIG는 뉴욕주정부의 감독이 미치지 않는 런던사무소에서 4,400억달러에 이르는 고위험 유사보험 상품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를 팔았다가 회사를 부도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러나 가장 큰 실패는 지난달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신청으로 몰고 갔다는 점이다. 미 금융당국은 3월 베어스턴스를 파산시키지 않고 JP모건체이스은행에 합병하도록 유도했던 것과 같은 해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를 파산하도록 방치했기 때문에 월가의 신용위기는 극에 달했고 수조달러 규모의 머니마켓펀드(MMF)까지 완전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결국 투자은행 몰락도 모자라 7,000억달러 긴급 구제금융 제공으로 위기는 확대되고 말았다. 결국 이번의 월가 금융위기는 전근대적이고 낙후한 미국 금융감독 기능의 총체적 실패에 기인했다고 결론 짓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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