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오바마·매케인 '로버트' 같은 영웅 꿈꾸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아


미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도 채 안 남기고 접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은 피부색이 흑과 백으로 다르듯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르다. 그런데 둘이 같은 것이 하나 있는데 둘 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를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았다는 점이 그것. 스페인 내전을 그린 헤밍웨이의 이 소설은 삶과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자유와 정의 그리고 압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자기 목숨마저 과감히 버리는 한 남자의 용기와 희생에 관한 헤밍웨이적 신념의 표현이다. 파시스트 프랑코군에 저항하는 빨치산을 돕기 위해 자원해 전장에 뛰어든 미국인 의용군 로버트 조단은 마침내 영웅적 죽음을 선택하는데 그는 결코 자신을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선한 싸움에 목숨을 걸 뿐이다. 어쩌면 오바마와 매케인은 로버트와 같은 영웅이 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1937년 스페인 내전 발발과 함께 종군기자로 참전한 헤밍웨이는 쓰는 것에 만족 못해 파시스트 프랑코에 저항하는 공화군과 함께 전투를 했다. 이 소설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제목은 영국 시인 존 돈의 시 ‘어떤 사람도 섬이 아니다’에서 따왔다. 이 소설은 1943년 샘 우드가 감독하고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동명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헤밍웨이는 로버트의 실물 모델로 쿠퍼를 생각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빨치산인 젊은 여인 마리아 역으로 버그만을 직접 뽑았다. 영화에서 잊지 못할 장면은 로버트와 마리아의 키스신. 키스를 한 번도 안해 본 마리아가 로버트에게 키스를 할 때는 코는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모습이 순진하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이념의 실천을 위해 자기 생명마저 희생하는 영웅적 행위의 주체인 로버트를 남성이 동경할 만한 이상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은 과연 로버트처럼 선한 싸움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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