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석유전쟁엔 룰 없다"… 국제관례 무시 '예사'

■ 리비아, 엘리펀트 광구 한국지분 축소 요구<br>산유국 횡포에 물량배분조건 9대1까지 악화도<br>정부·업계 긴밀협조, 비교우위 자원외교 펼쳐야


현 정부는 자원외교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국무총리를 임명하면서 자원외교 임무를 부여했다. 지난 7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 것도 자원외교와 관련이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는 자원외교의 주도권을 둘러싼 물밑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 사태는 이러한 자원외교의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원민족주의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새로운 자원확보는커녕 10여년 전 계약을 체결해 개발해온 유전의 생산물량까지 산유국에 내놓아야 하는 형편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석유전쟁에는 룰이 없다”=리비아가 엘리펀트 유전에 대한 생산물 분배계약 변경을 요구해온 데 대해 당사자인 석유공사나 정부 모두 억울하지만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유전개발의 대표사업자격인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Eni) 역시 리비아 석유공사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만큼 상황은 이미 종료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 상황은 호스트(host) 국가인 산유국에 가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일종의 리스크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인 상거래 관례로 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산유국에는 그런 룰이 통하지 않는다”며 “베네수엘라만 하더라도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후 주요 석유업체들에 계약 변경을 요구했고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엑슨모빌을 쫓아낸 것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외 자원개발을 총괄해온 지식경제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이번 건 외에도 계약 변경을 요구해올 수 있어 고심 중”이라며 “관계 부처 간 대책회의를 갖고 방안을 강구해보고는 있지만 국제적인 역학관계에서 빚어지는 일이다 보니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규 광구 계약조건 악화=리비아 측은 이번 계약 변경을 요구하면서 지난 1990년 이 유전 생산물을 리비아와 개발업체 간 65대35로 분배하기로 한 것은 현 국제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국제유가가 치솟고 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전개발 계약은 갈수록 산유국에 유리하게 돌아가 산유국과 개발업체 간 생산물량 배분은 90대10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생산물량의 94%를 산유국이 가져가고 개발업체는 6%만 가져가는 계약이 체결될 정도이다. 지속적으로 유전개발사업을 해야 하는 석유공사도 이런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석유시장에서 입찰에 나오는 유전개발사업의 내부수익률(IRR)은 10% 이하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15%, 많게는 2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비교우위 갖춘 자원외교 서둘러야=적극적인 자원외교를 펼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정부도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는 통산교섭본부 내에 자원외교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해 가동할 예정이고, 그동안 자원외교를 전담해온 지식경제부도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우리 정부 부처끼리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3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으로 석유산업에 대한 경험ㆍ자본ㆍ국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며 “이런 거대국가와 경쟁해 광구를 따내려면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인 협력시스템을 구축,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개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인프라와 연계한 유전개발 등을 적극 발굴, 산유국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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